국내 가전제품 시장 '신소비'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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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국내 가전시장이 제조업체 주도에서 고객과 시장이 이끄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MP3플레이어.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은 물론 김치냉장고.전기압력밥솥 등 상당수 가전제품 시장이 업체가 예측하지 못할 만큼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일부 품목의 생산.마케팅 계획을 매달 바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상품을 내면서 고객 반응과 시장규모를 예측해 생산과 공급을 결정하는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삼성전자는 올들어 MP3의 생산.마케팅 계획을 매달 바꾸고 있다.

허정 MP3 총괄부장은 "지난해 내수.수출을 포함해 30만대였던 시장이 올해 1백만대에 이를 전망" 이라며 "두개였던 협력업체를 5개로 늘렸다" 고 말했다.

DVD플레이어도 하반기 시장을 전망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백50만대 수출을 예상했는데 8월에 연간 목표를 넘어섰으며, 2백50만대로 수출 목표를 수정했다.

LG전자도 연초에 세운 1백50만대 생산 계획을 2백만대로 늘렸다.

LG전자는 70만대로 잡았던 MP3 생산량도 최근 20만대를 늘려잡았다.

◇전통 제품도 급성장〓1994년 전기밥솥을 개량해 내놓은 전기압력밥솥은 최근 2~3년 사이 수요가 급증했다.

98년 45만대에서 올해 1백30만대(예상)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연초 15만대로 잡았던 압력밥솥 생산량을 20만대로 수정했다.

김치냉장고도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의 두배에 이를 전망이다.

대우전자는 김치냉장고와 DVD시장이 커지자 연말께 출시하려던 이들 제품을 지난달부터 앞당겨 판매했다.

통상 가전제품은 출시한 뒤 보급률이 20%로 올라가는데 5년 이상 걸리고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10~15%였는데, 90년대 후반부터 보급률이 높은 냉장고.세탁기.컬러TV 등을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이런 추세에서 벗어났다.

◇새로운 시장 전략을 세워야〓업계는 그동안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품목으로 에어컨을 꼽았는데 이제는 다른 제품의 수요 전망도 어려워졌다.

제품의 성패가 두세달 안에 판가름나는 등 판매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전자 메이커인 소니는 최근 생산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바꾸고 마케팅과 기획.시장 분석에 전념하는 '기획회사' 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 서기만 컨설턴트는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시장도 제조업체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며 "고객의 욕구와 사회 변화를 앞서는 제품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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