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방망이 깊은 여름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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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펠릭스 호세만 있었어도…."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롯데가 LG에 내리 2연패당하자 귀빈석에 앉아 있던 롯데 이철화 단장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호세의 이름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별안간 호세의 공백이 아쉬울 정도로 최근 롯데 타선은 무기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득점은커녕 찬스도 만들기 힘든 빈타의 연속이다. 최근 다섯경기 롯데의 팀타율은 0.194. 8개 구단 중 최저를 기록 중이다.

저조한 방망이 탓에 롯데는 지난 15일 사직 현대전에서 16 - 3 대승을 거둔 이후 일곱경기에서 한경기 평균 2.4점을 올리며 2무5패만을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여전히 매직리그 1위를 지켜내고 있지만 다섯경기까지 벌어졌던 2위 LG와의 경기차는 두경기로 대폭 줄어들었다.

박정태-마해영-화이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의 위력도 말이 아니다.

'악발이' 박정태와 화이트는 최근 다섯경기 타율 0.182를 나란히 기록하며 부진의 긴 터널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난해 수위타자 마해영은 허리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인 채 '부상 투혼' 을 발휘하는 중이지만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오지 않으면서 호쾌한 장타를 보인지 오래다.

롯데 김명성 감독은 최근의 빈타가 지난주 더블헤더와 거듭되는 연장 접전을 펼치면서 선수들의 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7일 현대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4 - 4 무승부를 이룬데 이어 2차전에서는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2 - 3으로 졌다.

지난 18일 해태전에서는 4시간 동안 혈전을 치렀으나 연장 13회 0 - 0 무승부를 기록, 심신의 피로가 일시에 몰아닥쳤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8일 임수혁이 쓰러지고 기둥 투수 주형광과 문동환이 부상으로 올 시즌을 사실상 마감하는 등 거듭되는 악재에 직면해온 롯데가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궁금하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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