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65년 한 ·일 수교회담때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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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쿄〓남윤호 특파원]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회담 과정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1일 최근 비밀이 해제된 미국의 한.일회담 관련 회의록과 전문 등 수백쪽을 미 국립공문서 보관소에서 찾아내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 문서에 따르면 당초 한국정부는 일본 정계의 거물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전 총리를 사과 사절로 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측이 거부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64년 11월 에드윈 라이샤워 주일 미국대사로 하여금 시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郞)일본 외상을 만나 한국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고 시나 외상은 이듬해 2월 방한,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미국은 또 '한.일회담의 쟁점 중 하나였던 '청구권 액수 결정에도 개입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협상과정에서 청구권 액수를 서로 비밀에 부쳤으나 미국에는 알려줬다.한국은 8억달러를 요구했다.

미국은 한.일 양국의 입장을 수렴, 청구권 액수를 중간선인 4억달러로 하되 이중 무상 공여액은 3억달러가 적당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수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일본의 대한(對韓) 지원액은 무상 3억달러.유상 2억달러 등으로 정해졌다.

62년 11월 일본을 방문한 김종필(金鍾泌)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외상 간에 체결된 소위 '김-오히라 메모' 를 통해서였다.

미 국무부는 65년 6월에는 주일.주한 미 대사에게 전문을 보내 각각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총리와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을 만나 교섭을 조속히 끝내도록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이름으로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사실은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정부가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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