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클린턴 그늘'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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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공화당에 이어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정.부통령 후보를 선출함에 따라 미국은 공식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따라잡았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대선전은 갈수록 흥미를 더하는 양상이다.

공화.민주 양당 전당대회를 모두 참관한 선거 전문가 딕 모리스가 중앙일보에 전당대회 참관기를 e-메일로 보내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가 모두 끝난 이 시점에서 미국의 대선 레이스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이번 선거가 누가 이기든 간에 근소한 표차로만 승리할 것이란 점이다.

공화당은 멋진 전당대회를 치러냈다.

전당대회 이후 공화당은 라이벌인 민주당을 지지도 면에서 10% 포인트 이상 앞질렀다.하지만 민주당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고 자기들의 전당대회가 끝난 뒤엔 빼앗겼던 10% 포인트의 지지도를 되찾았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당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균형예산을 강조하고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 범죄에 대한 강경조치를 앞세워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범죄율이 감소하고, 정부가 흑자재정으로 돌아선 데다 소련마저 붕괴된 마당에 자칫 공화당 주장은 낡아빠진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교육이라든가 기회의 균등, 정신적인 가치 등의 이슈를 껴안았고 그것들을 공화당 이미지의 한 가운데에 놓는 데 성공했다.당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인 부시와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연설을 통해 공화당은 온정적 보수주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재창조 해냈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공화당보다는 덜 성공적이었다.민주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을 필두로 개막했지만 클린턴을 내세움으로써 고어는 후보로서의 빛이 바랬다.

급진주의자로 평가되는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나 제시 잭슨 목사가 연설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그러나 전당대회 마지막 날 고어 후보는 강력한 연설을 통해 대회 기간 중 민주당이 손해본 부분들을 일거에 만회했다.

고어는 마치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것처럼 훌륭하게 연설을 했다.그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보여준 것이다.그가 제시한 청사진은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야심에 차 있었으며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었다.이제 미국 대선은 가장 결정적인 두달을 남겨두고 있다.양당은 전당대회장에선 서로에 대해 본격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승패는 세차례에 걸친 고어와 부시 후보간 TV 토론에서 결판날 것이다.여론조사 결과 그동안 부시 후보가 앞서왔지만 고어는 부시보다 토론에 능하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딕모리스와 Vote.com

딕 모리스(52.사진)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두 차례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일급 정치참모였다.

'선거전의 귀재' 로 불리는 그는 자기측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삼각 측량전법' 으로 유명하다.1996년 9월 섹스 스캔들로 물러났으나 그 뒤 '보트닷컴' (vote.com)을 설립했다.

'인터넷은 언론(제4부)에 이은 제5부' 라고 말하는 인터넷 예찬론자다.그는 지난해 10월 30일 부인 에일린 맥건과 함께 '보트닷컴'을 개설했다. 이은 미국의 각종 현안에 대해 유권자들의 찬반을 묻고 그 결과를 의회와 행정부에 전달,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사이트다.

현재 하루 참여자가 2만명에 이르고 1주일에 8만건의 여론조사를 벌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의원들은 지역구 주민들의 여론이 곧바로 뜨는 이 사이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행정부 역시 매일 e-메일로 배달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와 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곧 한국어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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