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각국 최대 국경일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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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재 각국 대사관은 자국의 최대 국경일을 맞으면 예외없이 기념행사를 치른다. 국내외 인사를 호텔 등으로 초청, 만찬파티를 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각국이 가장 중시하는 국경일은 나라별로 크게 다르다.

◆ 독립기념일=각 나라 공관이 기념식을 거행하는 국경일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독립기념일이다. 서울에 대사관을 둔 85개 국가 중 독립기념일을 최대 국경일로 삼는 곳은 미국 등 36개국. 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 이스라엘.레바논.멕시코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통치를 받다 독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멕시코 등 몇몇 나라를 빼곤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했다. 다음으로 흔한 국경일은 건국기념일이다.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천안문 성루(城樓)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한 날을 건국일로 삼은 중국과 함께 스페인.말레이시아.몽골.쿠웨이트 등 12개국이 여기에 해당된다.

◆ 국왕의 생일=입헌군주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예외없이 국왕의 생일이 최대 국경일이다. 이런 나라는 모두 7개국. 영국.일본.태국 등은 국왕의 생일이 되면 성대한 기념식을 연다. 반면 낡은 체제를 전복시킨 혁명기념일을 국경일로 삼는 나라도 적잖다.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 1789년 대혁명 당시 시위대가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날인 '바스티유 데이'가 최대 국경일이다. 이집트도 52년 나세르 전 대통령이 혁명을 감행한 날인 혁명기념일이 최대 국경일이다.

◆ 특이한 국경일=특별한 의미가 담긴 날을 최대 국경일로 삼는 나라도 많다. 독일은 동.서독이 통합한 '독일 통일기념일'을, 남아공은 흑인정부 출범 기념일인 '프리덤 데이(Freedom day)'를 가장 큰 국경일로 정했다.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 연합의 주권 선포일이 국경일이다. 뉴질랜드는 마오이족 원주민이 영국 정부에 평화롭게 주권을 이양한 '와이탄지 데이(Waitangi Day)'를 국경일로 삼고 있다. 호주도 1788년 필립 선장이 뉴사우스웨일스의 식민지를 접수하면서 최초로 총독이 되던 날을 국경일(오스트레일리아 데이)로 지정하고 있다. 또 노르웨이.폴란드 등은 제헌절에 해당하는 헌법제정일이 국경일이다.

◆ 융통성 있는 기념식=상당수의 대사관은 국경일 기념행사 일자를 유연하게 잡는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엘리자베스 여왕 생일이 4월 21일임에도 6월에 가든파티를 연다. 이는 각국, 특히 영국의 경우 4월 말보다 6월의 날씨가 좋기 때문이라는 게 영국대사관 측 설명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12월 23일)이 크리스마스와 겹쳐 12월 초에 기념식을 거행한다.

한편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개천절과 광복절 중 현지 사정에 맞는 날을 골라 국경일 행사를 거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 측은 "여름 휴가와 날씨 등으로 인해 해외 공관의 80% 정도는 개천절에 국경일 행사를 치른다"고 밝혔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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