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확대·제도화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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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Joins.com 남북 이산가족 상봉 동영상 중계

서울·평양의 한여름이 이산가족들의 상봉 열기로 더욱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상봉 정례화 등 제도적 장치마련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1백명 규모의 상봉단 교환으론 이산가족 상봉을 조기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북한 대표단의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호텔과 단체 상봉장인 코엑스(COEX)에는 16일에도 행여 북녘 가족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몰려온 실향민들이 붐볐다. 방북단 추첨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이북5도청 등에도 상봉 신청에서 탈락한 수많은 실향민이 전화와 팩스를 이용, 상봉규모의 확대·상봉 정례화 등을 요구하고 있어 관계기관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정부는 이날 추석(9월 12일)을 전후해 한 차례 더 이산가족 상봉단을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이산상봉을 9, 10월에도 하겠다' 고 밝힌 이후 정부가 보인 첫 반응이다.

이한동(李漢東)총리도 쉐라톤 워커힐호텔을 찾아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 규모와 기회 확대, 절차 간소화 등 방안을 적극 추진하라" 고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에게 지시했다.

정부가 파악한 이산가족 1세대는 1백23만명으로 한달에 1백명씩 만나도 1천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중 60세 이상 고령자만도 69만명에 이른다. 한편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7만6천7백93명. 이번에 방북상봉의 기쁨을 누린 1백명은 7백60대1의 경쟁을 뚫고 행운을 얻은 사람들이다.

이런 식으로 한다해도 매일 1백명씩 2년을 만나야 우리나라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반세기 만에 상봉의 기쁨을 맛본 당사자들도 18일이면 나흘간의 꿈같은 시간을 뒤로 하고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 전문가인 중앙대 제성호(諸成鎬·법학과)교수는 "서울.평양 교환방문단의 경우 북한측이 부담스러워 하는 만큼 판문점 등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또 "면회소를 통한 상봉은 수용에 한계가 있어 우선 주소·생사확인을 위한 우편물 교환소부터 운영할 것" 을 주문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金국방위원장의 '선언적 언급' 을 뛰어넘는 구체적 실천조치가 남북간에 합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번 상봉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만큼 이를 제도화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고 인정하고 "오는 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장관급 회담과 다음달 적십자 회담에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북측과 집중 협의할 예정" 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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