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60대 누이 휠체어 타고 북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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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휠체어가 아니라 병원 침대에 실려서라도 가야지요. "

14일 오전 9시쯤 남편 신은재(74)씨가 미는 휠체어에 실려 이산가족 상봉 방북단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에 들어선 金금자(68.서울 강동구 둔촌동)씨.

앉아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이따금 얼굴을 찡그리지만 "오빠 어후(75)씨가 있는 고향 함경남도 단천군으로 가겠다" 는 의지만은 강인했다.

실제로 金씨는 휠체어를 타고 15일 북한 평양에 간다.

金씨는 지난달 허리 디스크 증상이 나타나 입원했으나 병세가 악화해 통증이 다리로 이어지면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8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방북 상봉단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퇴원을 만류하는 담당 의사를 겨우 설득, 진통제를 맞고 상봉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金씨는 병세 때문에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방북단 초청 오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金씨는 "너무 아플 땐 가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내가 안가면 오빠가 얼마나 낙담하겠나 싶어 결심을 굳혔다" 고 했다.

1951년 1.4후퇴 때 열아홉살이던 金씨는 "당시 '여자들은 전쟁 때 좋지 않는 일을 당할 수 있으니 열흘만 피해 있어라' 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고향집에서 옷가지만 챙겨 사촌 언니와 함께 남하했다가 가족들과 생이별하게 됐다" 고 말했다.

"오빠는 러시아어를 잘해 통역관으로 항상 외지로 돌아다녔어요. 네살 어린 동생이 제일 기억이 생생한데 이미 죽었다더군요. 어머니도 돌아가셨다는데 언제, 어떻게 가신건지…. 오빠 만나면 그것부터 물어봐야지요. "

金씨가 준비한 선물은 목걸이.반지.시계.넥타이.스카프.손수건.부채 등. 오빠와 사촌언니 금녀(71)씨의 손녀들에게 줄 머리핀도 샀다.

"이날이 오기만을 50년 동안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도 간절히 바라니까 다시 오빠를 만날 수 있게 됐나 봅니다.

"

통일부 관계자는 "金씨가 가족을 만나는데 아무 지장이 없도록 수행원.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도울 것" 이라고 밝혔다.

김승현.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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