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동서양의 눈' 전시회 초청화가 최은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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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에서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화가들의 신작을 엄선해 선보이는 '동서양의 눈' 전시회가 13일까지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과 서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90년 시작돼 일본 전역 순회전시로 명성을 얻은 이 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작품을 낸 76명의 작가중 한국작가는 두 명. 그 중 최은경(崔恩景.42)화백은 92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전시회에 초청받고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견이다.

"눈에 보이는 물감을 이용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어떤 힘에 대해 주로 그립니다. 방대한 우주공간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왜소함. 그런 것들에 대해 캔버스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지요. "

수도여사대를 졸업하고 82년 일본으로 건너간 崔화백은 국립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유화기법재료연구실에서 유화물감이 나오기 전에 사용되던 기법을 발견하고 여기에 푹 빠져버렸다.

달걀 노른자와 템페라라는 물감을 사용하는 이 방법은 그녀가 천착해온 '색깔 너머로(beyond the colors)' 라는 주제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했기 때문.

그 후 84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3번의 개인전을 갖고 수십차례의 그룹전에 참가하는 놀라운 정력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대부분 자신보다 훨씬 큰 1백30호(192×164㎝)짜리 대형 화폭을 통해서다.

기자출신의 미술평론가인 타마미술대 요네쿠라 마모루(米倉守)교수는 "투명하고 맑음속에 기도와 같은 메시지를 느낀다. 하나님께 드리는 편지같은" 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97년부터 올해초까지는 파리에 있는 국제예술작가촌에 머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예술가들과 영혼을 교감하는 소중한 체험도 가졌다. 특히 파리의 아름다운 밤하늘에 매혹돼 '로얄 블루' 라는 색을 너무나 사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요즘은 일본어와 한국어를 쓸 때 다르게 느껴지는 뉘앙스를 화면에 옮기고 있어요. 번역이 될 수 없는 그런 단어를 사용할 때 참 많은 생각이 나거든요. "

崔화백은 올 가을 일본 시로타 화랑에서 파리에서의 편린 등을 담은 작품으로 14번째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글=정형모,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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