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 국내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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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성영화의 고전' 'SF영화의 원조' 로 불리는 영화 '메트로폴리스' (1926년)가 국내 처음으로 상영된다.

세종문화회관과 주한 독일문화원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영화' 라는 부제를 내걸고 오는 9월 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네 차례 공연을 갖는 것.

스위스 태생의 미국 영화감독 프리츠 랑(1890~1976)이 빚어내는 흑백 영상에 주목하면 '상영' 이지만, 베른트 헬러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장엄한 파이프오르간을 곁들여 라이브로 연주하는 고트프리트 후퍼츠(1897~1937)의 영화음악에 의미를 둔다면 '공연' 이다.

무려 3만7천6백여명의 연기자를 동원한 '메트로폴리스' 는 브뤼겔의 명화 '바벨탑' (1563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에서는 삭발한 남자들만 1천명이 등장한다.

제작사인 UFA스튜디오가 파산지경에 이를 만큼 당시로선 엄청난 제작비(5백30만 마르크)를 투입했던 작품이다.

영화의 무대는 마천루와 지하공장이 대조를 이루는 서기 2000년대의 거대도시. 대부호의 아들과 노동자 출신 여성이 대부호의 아들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키며 거대도시는 혼란에 빠져든다.

1920년대 독일인들은 2000년대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이 영화는 일부 장면이 팝가수 마돈나( '익스프레스 유어셀프' .1989년)와 퀸( '라디오 가가' .84년)의 뮤직비디오에 삽입됐으며 89년 런던에서 뮤지컬로도 상연됐다.

후퍼츠의 미망인이 로젠하임 근교의 여름 별장에 남긴 악보 원본을 72년 뮌헨영화박물관이 구입했고 88년 10월 24일 뮌헨필하모닉이 61년만에 다시 초연한 것. 94년 뮌헨 영화박물관은 오리지널 대본을 복원하고 소실된 장면은 스틸 사진이나 타이틀로 대체했다.

러닝타임은 약 2시간10분.

서울 공연을 지휘하는 베른트 헬러는 베를린 예술대 영화음악 교수. 88년 이후 세계 각지의 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라이브 공연을 지휘해왔다.

프리츠 랑과 후퍼츠 콤비가 만든 또 하나의 무성영화 '니벨룽겐 Ⅰ, Ⅱ' 도 재현했으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화음악 '장미의 기사' 도 즐겨 연주한다.

1984년 조르지오 모로더가 팝송과 전자음악 사운드를 곁들인 사운드트랙과 컬러를 입혀 내놓은 버전도 있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뮌헨영화박물관 버전이 원본에 가장 가깝다.

공연개막 오후 7시30분. 9월 2일은 오후 3시 추가. 02-399-17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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