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균으로 암 치료·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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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맹독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으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전남대 의과대 민정준 교수팀은 살모넬라균의 유전자를 조작해 독성을 100만 분의 1 이하로 약하게 하고, 암을 추적해 치료제를 방출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박테리아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서 세계를 선도할 기반을 닦았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 국제 학술지 ‘캔서 리서치(암 연구)’ 1월호에 발표한다.

연구팀은 맹독을 만드는 살모넬라균의 유전자를 제거해 독성을 약하게 만들었다. 인체에 주사해도 부작용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발광 유전자를 넣어 암 세포를 찾아가, 치료 과정을 체외에서 특수 카메라로 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살모넬라균은 암 세포만을 찾아가 붙으며, 암 세포를 녹여 죽이는 물질을 방출한다. 살모넬라균으로 암 진단과 치료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이 이 살모넬라균을 실제 대장암을 앓고 있는 쥐에게 주사한 결과 완치됐다. 또 암 전이의 억제 효과도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을 이용하면 기존 합성 항암제보다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암 진단·치료 겸용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표적을 찾아가는 미사일처럼 암 세포만 찾아가 죽이고 정상 세포에는 해를 거의 입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모넬라균은 편모를 가지고 있어 인체 내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민 교수팀은 이 기술을 인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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