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NIE] '수학과 친해지기' 下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고 흔히 말하지만 수학에는 왕도가 있다.수학을 피부로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수학을 즐긴다는 것은 수학의 발상법을 배우고,가지고 놀며,여기저기 넘나들면서 활용해 보는 것이다.

신문은 다양한 사례를 제공하고 문제 해결을 돕는다.

◇영화 속에 숨은 수학

7월27일자 중앙일보 39면에는 12일 개봉되는 일본판 SF 블록버스터 ‘고질라 2000’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등장하는 고질라는 비키니섬(1946년 미국 핵실험의 폭심지였던 남태평양 마셜제도의 산호섬)의 원폭 실험에 따른 방사능의 영향으로 고대 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태어난 괴수.55m의 키에 체중은 2만5천t이나 되면서도 시속 40㎞로 달릴 수 있다.그렇다면 이런 괴물이 실존할 수 있을지 간단한 비례식을 적용해 따져보자.

닮은 도형이 있을 때 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고 부피는 세제곱에 비례한다.예를 들어 키가 두 배로 커지면 발바닥 면적은 그 제곱인 네 배로 늘어나고 몸무게는 부피에 비례해 여덟 배로 증가한다.

이 공식을 사람에게 적용,비교해 보자.고질라의 키는 보통 성인 남자 키 170㎝의 약 32배다.공식대로라면 몸무게는 보통 성인 남자를 70kg으로 쳤을 때 3만2천7백68배인 2천2백93t이 된다.

고질라 무게는 이의 열배가 넘으니 과장치고는 너무 심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생물체의 크기는 무한정 증가할 수 없다.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역학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더구나 이 만한 무게를 견디려면 뼈가 강철이 아니고서는 어렵지 않을까.

◇신통한 여론조사

선거철만 되면 신문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여론 조사 결과를 내보낸다.놀라운 것은 누가 누구를 얼마나 앞설지 예상한 것이 실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여론 조사는 통계와 확률을 이용한 예측이다.통계와 확률을 이해하려면 우선 모집단·표본집단·무작위 추출 등 몇 가지 용어를 알아야 한다.

가마솥에 동네 사람 모두를 먹일 수 있는 국을 끓이고 있다고 가정하자.솥에 들어있는 국 전체가 모집단이다.국의 간을 보려고 한 국자 떠냈다면 그것이 표본집단니 된다.국을 뜨기 전에 국자로 국을 휘저었을 텐데,무작위 추출에 필요한 표본의 동질성 유지를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선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우리나라 전체 국민 가운데 선거권자는 3천만명이 넘는다.그렇다면 누가 당선될지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표본으로 추출해야 할까.여론조사기관에서는 지난 대선 때 1천5백명(0.005%)만 뽑아 투표 결과를 예측했다.

3천만명 중 1천5백명을 어떻게 선정할까.

전국의 지역별로 선거권자 수를 알아보고 해당 지역마다 1천5백명에 비례하는 숫자만큼 선정한다.

표본을 추출할 때 뽑힐 사람의 선택 가능성을 동일하도록 여론조사기관에서는 특별한 방법을 동원한다.가령 전국의 집이 모두 일렬로 늘어서 있다고 가정하고 일정 간격을 정해 뽑는 식이다.

이렇게 추출한 1천5백명이 어떤 후보에 투표할지 조사했다고 치자.실제 선거 결과도 이와 일치할까.

표본집단을 정확하게 선택하고 선정한 사람들이 솔직하게 답했다면 결과는 정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결과가 예측과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이런 가능성을 오차라고 한다.

그래서 예측 결과를 발표할 때 오차 범위를 ‘K후보 지지도 40.3%,L후보 지지도 39.9%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이다.’라는 형태로 제시한다.

표본 오차가 ±2.0%라는 말은 K후보의 지지도가 38.3%에서 42.3% 사이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결과가 예측한 값보다 2% 클 수도 있고,2% 적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95% 신뢰 수준이란 같은 일을 1백번 반복했을 경우 95번(95%)은 오차 범위(±2.0%) 안에 있다는 뜻이다.

오차를 고려하면 위의 결과는 당선자가 바뀔 수도 있고,애초의 예측보다 더 큰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확한 예측을 왜 할까.비용과 시간이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이태종 기자

※도움말 주신 분=수학사랑 고교수업모델팀(교사 김인식·김흥규·선희영·송윤호·이기백·호현희),한국갤럽조사연구소 박태용 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