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2000 아가씨와 건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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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뮤지컬이 일반 연극과 다른 점은 극중 노래와 춤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노래 실력과 춤 솜씨를 갖춘 출연자들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2000 아가씨와 건달들' 은 이런 면에서 캐스팅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윤다훈.박상면.안문숙.김선아.오정해 등 인기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이들 인기 탤런트의 출연에 힘입어 공연장은 연일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평소 TV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대형 무대에서 만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빛엔 실망감이 역력했다.

그간 연예인들의 연극 출연은 무대를 윤택하게 하고 연기력을 넓힌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인기를 앞세운 한탕주의 흥행전략이란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물론 인기 탤런트들이 자질을 갖췄거나 지속적으로 무대활동을 한다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질은 둘째치고 대부분이 제대로 연습도 안한 채 무대에 오르고, 또 단발성 출연에 그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기존 뮤지컬계는 입을 모은다.

그간 '며느리설움' '아버지전상서' 등 악극에서 호평을 받은 오정해(사라 역)씨의 힘겨운 고음처리는 관객을 불안하게 했고, 아들레이드 역으로 나온 김선아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선을 넘지 못했다.

나싼 역의 윤다훈, 빅쥴의 박상면, 구세군 장군 역의 안문숙의 코믹 연기는 단순히 드라마 '세친구' 를 무대로 옮겼다는 느낌을 줬다.

또 유명 탤런트가 무대에 얼굴을 내밀 때마다 객석이 웅성거리면서 극의 흐름이 단절됐다.

화려한 대도시 뉴욕으로 꾸며진 무대 위에서 볼 만한 춤이 별로 없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가씨와 건달들' 은 1983년 국내 초연 이후 6천회에 육박하는 공연기록을 세운 뮤지컬의 대명사. "지난 18년 동안 공연된 작품들의 장단점을 보완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공연으로 만들겠다" 는 주최측의 각오가 대중성으로 기울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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