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사업 가뭄에도 선전 … 한국 지난해 수주액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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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플랜트 건설이 위축된 가운데 일군 성과다.

올해엔 플랜트 수주액이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 계약이 이뤄지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100억 달러짜리 정유 플랜트 등 연내 발주 예정인 굵직한 사업들을 잡으면 500억 달러 이상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플랜트 산업을 원전·방위산업·항공과 함께 새로운 수출 전략 부문으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중앙아시아(CIS) 지역에 새로 ‘플랜트 수주 지원센터’를 낼 예정이다.

4일 지경부와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는 463억400만 달러(약 53조5000억원)로 전년(462억700만 달러)보다 0.2% 증가했다. 지난해 세계 플랜트 발주 총액이 7260억 달러로 2008년(9090억 달러)보다 20.1% 감소했음에도 한국은 오히려 수주액이 늘었다.

플랜트산업협회 허병철 플랜트사업실장은 “한국의 기술력·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공사 기간도 짧다는 평판이 전 세계로 퍼져 일감을 많이 따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플랜트 수주 실적(74억 달러)은 전년 동기의 3분의 1밖에 안 됐다. 그러다 하반기 들어 국제 유가가 오르자 중동과 아프리카의 산유국들이 정유·화학 공장 등을 다시 발주하기 시작했다. 11월 SK건설·GS건설 등이 UAE로부터 97억 달러짜리 초대형 정유·화학단지 건설을 따낸 덕에 4분기에만 229억 달러어치를 수주했고, 결국 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외 플랜트 건설이 규모에 비해 실속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기술이 부족해 외국 기자재와 기술 인력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수주 금액 중 순전히 국내 기업에 흘러들어오는 부분(외화가득률)이 30%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경부 박덕렬 플랜트 팀장은 “설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플랜트 기자재 산업 육성 대책’을 3월 중 발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플랜트 건설 외화가득률을 2015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45%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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