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여 단독국회 개원 수수방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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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은 칩거의 날이다. 외부손님은 받지 않는다.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31일 하루종일 가회동 자택에 머물렀다. 측근들의 이 말처럼 외부와 접촉을 피한 채 생각에 잠겼다.

이날 저녁 민주당이 자민련과 함께 국회 문을 다시 열고 정국을 자기식대로 끌고가는 움직임을 지켜만 봤다.

당 안팎에선 남북장관 회담, 단독국회 등 긴박한 움직임에도 李총재가 한가한 '칩거상태' 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그의 측근은 "칩거는 8월 2일 풀 것" 이라며 "JP와의 밀약설 파문에서 벗어나고 여권의 정국대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안다" 라고 말했다.

정국흐름이 李총재에게 쉽지 않은 국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신 김기배(金杞培)총장.정창화(鄭昌和)총무.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이 국회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민주당측과 물밑에서 국회의 정상적 운영방안을 협의했다. 睦정책위의장은 "민주당측에서 서영훈 대표 이름으로 날치기와 밀약설을 사과할테니 한나라당이 국회법 등 현안에 대해 협상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고 소개했다.

비공개 3역회의는 "徐대표의 진솔한 사과를 전제로 1일 이후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3개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 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자민련 교섭단체 만들어주기)에 관한 한 양보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핵심 당직자는 "밀약설 파문이 완전히 가라앉은 8월 중순 이후 단체교섭 기준을 15~18석으로 하는 국회법 협상을 민주당측과 논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해 여지를 두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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