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본회의 정족수 확보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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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1일 낮 12시10분쯤 점심식사를 하러 국회 밖으로 나가려던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본관 1층에서 우연히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를 만났다.

정균환 총무는 이날 아침부터 6차례나 정창화 총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하지 못했다. 정균환 총무가 잘됐다는 표정으로 정창화 총무에게 다가갔다.

"본회의를 오후 6시로 늦췄으니 참석하는 거지요. " (정균환)

"…. " (정창화)

정균환 총무는 본관 앞 정창화 총무의 승용차까지 따라가 임시국회 참석을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오후 자민련.민국당.한국신당.무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본회의를 열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진땀을 빼야 했다. 본회의 개회를 위한 의사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인 1백37석)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1백19석)은 자민련(17석)에 소속의원들의 전원 국회출석을 부탁했다. 이에 따라 방일 중인 김종필 명예총재까지 일시 귀국했지만 동티모르에 간 강창희(姜昌熙)의원은 비행기편이 없어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한승수(韓昇洙).강숙자(姜淑子.이상 민국당).김용환(金龍煥.한국신당).정몽준(鄭夢準.무소속)의원에게 매달려야 했다. 이들 4명이 모두 본회의에 참석해야 과반수에서 겨우 두명 넘는다.

정균환 총무는 이들에게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의약분업에 차질이 생긴다" 며 협조를 요청했고, "약사법만 다룬다면 참석하겠다" 는 답변을 받아냈다.

민주당은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추경예산안.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민생.개혁법안을 회기내(8월 4일)에 처리해야 하나 난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과의 협상전망이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와 한나라당-자민련 밀약설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사과, 날치기 원인무효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유감표명은 몰라도 무효선언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이 끝내 국회에 안들어오면 4일엔 국회법 개정안 등 모든 현안을 단독 처리할 것" 이라고 다짐했지만 그도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결사저지할 게 뻔하고 이만섭(李萬燮)의장이 단독처리를 위한 사회권 이양 등 여당과 손발을 맞출지도 불투명하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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