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수학과 친해지기 上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 외동딸을 두고 있다.딸아이와 애엄마는 책상머리에 앉으면 죽이 잘 맞는다.하지만 수학에 관한한 편하질 못하다.책을 펴놓으면 애엄마는 볶아대고 딸아이는 눈물을 짜내기 일쑤다.

그렇다고 애가 바닥을 헤매는 것은 아니다.방학 동안 엄마와 딸은 수학 잘 하기를 목표로 세웠다.그러나 세운 목표를 제대로 이루어낼지는 의문이다.

책을 펼쳐놓고 숫자를 강요하기 때문이다.필자는 기사를 쓰면서도 딸아이와 애엄마에게 미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진작부터 방식이 엇나갔다는 사실을 알려줬어야 했다.

애들은 감성이 먼저 발달하기 때문에 책을 들이대고 수리나 논리를 앞세우면 흥미를 잃게 된다.결국 수학은 영원히 멀어진다.수학을 잘 하려면 수(數)와 친해져야 한다.

필자는 딸아이와 애엄마에게 “수학은 수나 수식이 전부가 아니고 생활 속에 있으니 흥미부터 자극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올해는 유네스코(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가 정한 수학의 해다.

방학 동안 신문을 활용해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수학 활동을 통해 아이에게 수학적 흥미를 자극시켜보자.

◇ 수학은 돈

중앙일보 1999년 10월3일 5면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파운드 단위를 미터 단위로 바꾸는 것을 깜박하는 바람에 1억2천5백만 달러(약 1천5백억원)짜리 화성 기후 관측 위성이 우주의 미아가 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록히드 마틴 항공연구소가 힘의 단위를 미터법에서 사용하는 뉴턴 대신 파운드로 보냈으나 제트추진연구소에서 미터법을 쓰는 컴퓨터에 파운드 단위를 그대로 입력해 이같은 실수가 빚어진 것.

우주선은 이에 따라 궤도가 너무 낮아져 화성의 대기권과 충돌한 뒤 사라져 버렸다. 문제의 우주선은 이보다 10개월 전에 발사됐다.

▶활동=기사를 읽을 때 숫자를 빼고 읽어보자. 도무지 내용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기사엔 수학의 중요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리고 아이는 우주를 동경하기 때문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화성과 지구의 거리, 우주선의 속도(지구 탈출 속도는 초당 11.8㎞), 미터법과 파운드법, 힘의 단위, 달러와 원화의 환율 차이?설명하면서 아이와 수학 사이를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다.

◇ 스포츠와 수학

①야구=비율과 시차 계산

지난 7월 27일자 중앙일보 33면에는 LA 다저스 소속 박찬호 선수가 26일(한국 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6대4로 이기고 시즌 11승을 올렸다는 기사가 있다.

박선수는 이날 승리로 22게임에 출장해 11승7패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4.23에서 4.14로 낮아졌다.

7월14일자 중앙일보 41면에는 현대 소속 박종호 선수가 13일 SK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쳐 이종범(당시 해태)선수의 58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경신했다는 기사가 있다.

박선수는 이 기간 중 2백20타수 84안타(0.382)에 사사구 43개를 얻었다. 박선수는 13일 현재 타율 2위(0.354), 출루율 2위(0.438)를 기록하고 있다.

▶활동1=야구경기 보도 기사에는 승률.타율.장타율.출루율.방어율.피안타율 등 '율' 자가 들어가는 단어가 많다. 이들을 계산하려면 사칙연산을 적용한다.

승률은 승수÷(승수+패수), 방어율은 (자책점×9이닝)÷투구 이닝수, 타율은 안타수÷타수이다. 가령 박찬호 선수의 승률은 11÷(11+7)로 6할1푼1리1모(≒0.6111)이다.

여기서 아이들에게 수치가 높을수록 유리한 것과 낮을수록 유리한 것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

▶활동2=외국에서 벌어지는 경기에는 한국 시간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차를 알기 위해서는 지구의 자전과 경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경도는 지표상의 동.서 위치를 나타낸 것으로 영국 런던 부근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선을 본초자오선(0도)으로 정해 동.서 각각 180도로 나누었다.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는데 본초자오선의 동쪽으로 갈수록 시간이 빠르고, 서쪽으로 갈수록 시간이 늦다. 우리나라는 동경 137도를 표준시로 쓰는데 영국보다 약 9시간(137÷15)이 빠르다.

②마라톤=시속.분속 계산

1992년 8월10일 1면에는 한국의 황영조 선수가 9일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 12분13초로 골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우승한 이후 56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활동=마라톤의 거리는 42.195㎞다. 아이에게 기사를 읽어주며 황선수가 한시간에 달린 거리와 분속.초속은 얼마인가를 구하라고 하면 재미있게 풀어 볼 수 있다.

이태종 기자

※도움말 주신 분=서울 동덕여중 교사 오혜경(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수학사랑 고교수업모델팀(교사 김인식.김흥규.선희영.송윤호.이기백.호현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