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투수 물갈이 '긴급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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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락세를 보이던 LG가 투수코치 교체와 투수 보직 변경이라는 긴급처방을 단행했다.

매직리그 선두를 줄곧 지켜오던 LG는 전반기 막판 선발.마무리 투수진이 한꺼번에 붕괴되며 1승1무8패로 부진, 2위로 추락했다.

이광은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오영일 투수 코치를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교체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감독은 대신 2군 정삼흠 투수 코치를 1군으로 올렸다.

정코치는 1군 투수 코치를 맡자마자 '김민기 선발, 장문석 마무리' 라는 의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코치는 자신의 구상을 올스타 기간 중 제주도에 있던 이감독에게 재가를 받아 곧바로 선수들에게 통보, 훈련에 돌입했다.

프로 입단 4년차인 김민기는 올시즌 한번도 선발 등판이 없었던 중간계투 요원이다.

덕수정보고 시절 황금사자기 최우수상을 받는 등 유망주로 각광받았으나 1997년 고졸 신인으로 LG에 들어와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5승6패1세이브(방어율 6.36)가 고작이다.

올시즌에도 2군행을 거듭하며 1군 출장이 드물었다.

정코치는 "김이 아직 경험이 적지만 1백45㎞에 이르는 직구 스피드를 바탕으로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하면 제5선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 이라고 밝혔다.

장문석의 마무리 기용은 더 큰 모험이다. 장은 시즌 초반 마무리로 나와 1세이브3패로 부진했다. 이후 선발로 보직을 바꾸고는 6연승을 거둬 '선발 스타일' 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정코치는 "좌완 마무리 이승호는 자주 큰 것을 허용해 팀내 구위가 가장 좋은 장문석을 마무리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 털어놓았다.

출발은 좋아 보인다. 김민기는 올시즌 첫 선발 등판한 지난 25일 SK전에서 5이닝 동안 4안타만을 허용하며 3삼진.무실점으로 호투,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다.

김용수-장문석-최향남-경헌호-이승호로 계속 마무리를 바꾸면서도 '소방수 부재' 에 시즌 내내 몸살을 앓았던 LG가 장문석 재기용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정코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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