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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이루는 열대야 뜨개질로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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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돗자리를 들고 야외로 나오거나, 공포영화를 보며 등 뒤의 서늘함을 느끼는 것도 한 방법. 하지만 주부 임행옥(39.경기도 일산구 중산마을)씨는 뜨개질을 하며 올 여름 열대야를 이기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뜨개질을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흘러가요. 만들어진 작품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 임씨의 뜨개질 예찬론이다.

일주일이면 가방 하나쯤 만드는 것은 거뜬하다. 동대문 시장에서 구입한 실 값과 손잡이.액세서리 값을 다 합쳐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동네 소매점에서 재료를 구입한다면 값은 좀 비싸겠지만 만드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어 좋다.

지난 5월 뜨개질을 시작한 임씨는 첫 작품을 아이들 학교 선생님께 스승의 날 선물로 드렸다.

임씨처럼 뜨개질에 열중하는 주부들의 모습은 요즘 흔히 눈에 띈다.

호암아트홀 지하에서 만난 서주희(40.인천시 남구 주안동)씨. 뮤지컬 공연에 출연하는 아들의 연습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다.

서씨 역시 잠이 안 오는 여름밤이나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때면 뜨개질을 한다. 입고 있는 가디건과 머리띠, 가방까지 전부 직접 뜨개질로 만든 작품들. 이웃이나 친척들에게 서씨가 만든 가방과 소품들은 인기가 높다. 뜨개질로 짠 원피스는 보기에도 시원하고 멋스럽다.

서씨는 "뜨개질 뿐 아니라 퀼트.십자수 등도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아요. 작품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보람도 느껴지고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어요" 라고 말한다.

주안초등학교 어머니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씨는 매년 한 번씩 관심있는 주부들의 뜨개질.퀼트.십자수 등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서씨의 말에 따르면 십자수와 퀼트는 뜨개질보다 더 집중력이 요구되는 섬세한 작업. 올 여름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뜨개질은 실의 종류에 따라 작품의 형태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나름의 재미가 더하다고 한다.

색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구슬이나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도 있다.

여성스러운 색상과 디자인이 강세인 올 여름 패션과 잘 어울려 거리에는 어느새 뜨개질로 짠 핸드백을 든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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