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의장 고집에 과반수도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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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25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기자회견은 사실왜곡과 책임전가로 일관했다" 고 비난했다. 오전의 李총재 회견을 반박하기 위한 오후 '맞불회견' 에서다.

徐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 파동의 책임은 수적 우위를 믿고, 적법한 민주절차를 원천봉쇄한 한나라당에 있다" 고 주장했다.

"李총재가 국회 파행과 관련없는 대통령의 사과를 운위하고 터무니없는 비난을 퍼부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고 말했다. 徐대표가 쓴 용어들은 전례없이 거칠었다.

비슷한 시각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도 李총재에게 포문을 열었다. 그는 "李총재가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대통령을 비난한 데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고 공격했다.

청남대에서 휴가 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성토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고 말했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의원총회에서도 "우리와 함께 공동정부를 만든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李協의원)는 등 밀어붙이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본회의 처리가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우선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의도대로 따를지가 문제다.

李의장은 "자민련 김종호 부의장에게도 사회권을 넘겨주지 않겠다" 고 다짐했다. 이대로 간다면 국회는 자동유회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일단 李의장이 제의한 '민생현안과 국회법 개정안의 분리처리' 방안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일단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약사법 개정안.정부조직법 개정안.금융지주회사법 제정안 등 민생과 개혁법안을 처리하되 자민련의 교섭단체 문제는 다시 한나라당과 협상한 뒤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명분을 찾는 것" 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수(數)의 한계도 절감하고 있다. 자민련을 합쳐도 1백35석(李의장 제외)에 불과해 의사정족수인 과반수(1백37석)에 미달, 민국당.무소속 의원의 도움없이는 본회의조차 단독으로 열 수 없는 형편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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