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물가 더 오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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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한 가운데 앞으로 6개월 내에는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특히 앞으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사람이 3년9개월 만에 '늘리겠다'는 사람보다 많아져 내수 침체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르고, 물가도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은행이 전국 30개 도시 230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3분기 소비자 동향지수(CSI)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기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지수는 41로 1998년 3분기(2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의 생활형편지수도 67로 2000년 4분기(66) 이후 가장 낮았다.

CSI는 100보다 높을수록 낙관적인 응답을 한 사람이 많고, 낮을수록 비관적인 응답을 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 전망지수는 65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했다. 생활형편과 가계 수입 전망지수 역시 각각 80과 87로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생활형편과 가계수입에 대한 전망은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과 300만원 이상 고득층이 100만~300만원인 중산층보다 더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지출 전망지수 역시 98로 2000년 4분기(96)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비관적인 경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오히려 많아졌다.

물가 전망지수도 57을 기록해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와 물가 전망지수는 100 아래로 내려갈수록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음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와 물가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으로 6개월 동안의 고용사정 전망지수는 전 분기와 같은 66에 그쳐 고용사정이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연령별로는 30세 미만과 40~50세는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난 반면 30~40세와 50~60세는 낙관적인 전망이 조금 늘어났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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