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이총재 회동' 민주 자극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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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JP(자민련 金鍾泌명예총재)가 멋지게 해냈다. "

24일 운영위에서 벌어진 국회법 개정안 변칙 처리를 지켜보던 자민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JP가 '이회창(李會昌)회동 카드' 를 적절히 활용해 민주당으로부터 초강수를 이끌어냈다는 말이다.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이 신당동 자택에 있는 JP에게 상황을 보고하자 JP는 "당연한 결과" 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JP의 한 측근은 "지난 22일 이회창-JP 회동이 민주당에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준 것 같다" 고 전했다.

이 측근은 "JP는 22일 회동을 통해 청와대와 민주당측에 '한나라당 도움으로도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는 무언(無言)의 시위를 한 셈" 이라며 "JP를 끌어안아야 하는 여권으로선 무리를 해서라도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었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날 오전만 해도 자민련 내부에서도 "과연 민주당이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통과를 시키겠느냐" 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국회법 개정안 문제와 관련해 이미 세차례나 물러섰던 민주당을 '믿기 어렵다' 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정오 무렵 '1차 충돌' 이 끝난 뒤에도 "민주당이 성의표시 차원에서 쇼하는 것 같다" 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이뤄내면서 자민련측 시각은 1백80도 달라졌다. 오장섭(吳長燮)총무는 "앞으로 국회는 3당 체제로 가게 됐으며 민주당과 자민련은 굳건한 정책연대를 해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JP는 교섭단체 문제를 민주당으로부터 선물받은 대신 양당공조를 확실히 해주기로 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JP와 이회창 총재 사이의 이면합의설이 사실이라면 李총재에 대한 빚도 갚아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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