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변칙처리 1분만에 "땅땅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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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오후 2시32분 국회 운영위 회의실. "비켜. " "의원 밀치는 비서관 ××들은 다 ××버려. "

"저 ×× 막아. "

고함과 욕설, 그리고 몸싸움이 난무하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수라장으로 변했다.

순간, 회의장 뒤편 구석에서 마이크를 타고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의 음성이 울렸다.

"의사일정 제2항 국회법 개정법률안을 상정합니다. 제안설명과…됐음을 선언합니다. "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민주당·자민련 의원들은 박수로 법안처리를 환영했다.

"다 해먹어라" "무효다" 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야유와 욕설이 터져나왔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이렇게 운영위를 통과했다.

◇ "비서관이 손바닥으로 통과시켰다" =처리에 앞서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저지선을 뚫고 위원장석 가까이 접근하자 한나라당 의원·보좌관 수십명이 몰려들었다.

그 순간 민주당 간사인 千수석부총무가 비서진의 가방 속에 숨겨논 의사봉을 전달받아 "운영위 개의를 선언한다" 며 두드렸다.

"…선언합니다" 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심사보고는 유인물로 대체하고 토론은 생략한다.

원안대로 의결에 찬성하고자 하는 분은 기립해달라" 고 할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千의원을 밀치며 마이크를 뺐었다. 의사봉도 두드리는 순간 빼앗겼다.

한나라당 김무성 수석부총무는 "천정배 수석이 의사봉을 빼앗긴 상태에서 비서관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세번 쳤다" 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千의원은 "의사봉을 두드릴 때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붙잡았으나 비서관이 따로 준비해온 의사봉 받침대를 내밀어 거기에 다시 의사봉을 두드렸다" 고 주장했다.

◇ 안경 부러진 천정배=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의원들의 책상과 의자는 바리케이드로 전락했고, 의원들의 밀고 밀치는 몸싸움 과정에서 자민련 이재선 의원 등의 명패가 짓밟혀 부서졌다. 카메라기자들의 깨진 플래시 조각과 주인잃은 구두짝들이 여기저리 널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千의원은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이 떨어져 부러졌다. 千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온 직후 바로 국회내 후생관 안경점에서 새로 안경을 맞췄다.

가벼운 부상도 있었다. 특히 한나라당에 빼앗긴 의사봉을 자민련 원내총무실 직원이 되빼앗으려 하면서 발길질이 오가는 광경도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이 발길질을 하면서 자민련 직원을 걷어차 왼쪽 무릎에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몸싸움 과정에서 "경위들이 일방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밀쳤다" 며 운영위 회의장면 비디오 테이프를 요구했다. 사무처는 "운영위는 회의장면 녹화를 뜨지 않는다" 고 불응했다.

◇ '이회창-JP 이면합의설' 공방=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이면합의설을 주장하자 강력히 부인했다. 정창화 총무는 골프장 회동에 배석했던 박희태 부총재를 따로 만나 "한나라당에서 JP와 골프주선을 하며 교섭단체 수를 15석으로 이면합의해 줬다는데 사실이냐" 고 물었다.

朴부총재는 "방금 JP와 전화통화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고 확인까지 했다" 며 펄쩍 뛰었다.

이정민·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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