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의 '성역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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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화장품 매장에 남성 직원이, 남자구두 매장에 여성 직원이 등장하는 등 백화점에 '성역' 이 사라지고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남으로써 매장의 분위기를 바꾼다는 전략으로 손님들의 호응도 높다고 업체들은 말한다.

지난해 6월 롯데 본점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인 '바비 브라운' 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명을 두었다.

올 초부터는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크리니크 화장품 매장에도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 피부상담사가 등장했다.

일부 외국 유명 업체들도 올 가을부터는 남자 상담사를 둘 예정.

롯데 본점 크리니크 피부상담사 박준기(23)씨는 "손님들이 남자가 설명해주는 말에 더 신뢰감을 갖는 것 같아 단골이 많아 졌다" 고 자랑한다.

구두 매장은 창고에 수시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 힘든 업무와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신겨 줘야 하는 고객 응대 때문에 여성의 접근이 거부됐던 금녀(禁女)직종.

그런데 현대백화점 무역점은 3월부터 3개 남성화 브랜드에 여성 판매사원을 투입했고, 고객들의 반응이 좋자 가을 시즌부터 확대키로 했다.

롯데 잠실점은 지난 5월 살롱화 매장에 처음으로 여성을 채용했는데 9월부터는 19개 구두 브랜드에 여직원 한명씩을 배치키로 했다. 숙녀 캐주얼에는 남자 직원이 등장했다.

이달 초 롯데 본점 페레진.옹골진 매장에 남자 판매원 두명이 입성했다.

페레진의 황의림(19)씨는 "허리 춤를 고칠 때 허리를 만져야 해 처음에는 쑥쓰러웠는데 오히려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응대해줘 일하기 편하다" 고 말했다.

남자 일색이었던 남성 정장 매장엔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 본점 '조지오 알마니' 정장 코너에선 모든 손님을 여성이 맞는다.

한 벌에 1백5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 많아 40대 이상 성공한 남자들이 주로 찾는데 여성들의 섬세한 배려가 단골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휴고 보스' 등 수입명품 정장 코너도 여직원이 남성보다 많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황기섭(29) 대리는 "전통적인 남.여 간 역할 구분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백화점에 반영된 결과" 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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