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도서관 정리해 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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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2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안양 신안초등학교 도서관. 여대생 10여명이 도서관 곳곳을 살피며 무언가 꼼꼼히 메모하고 있다.

책의 종류는 어떻게 되고 내용은 무엇인지, 몇권이나 있나, 폐기 처분할 것은 없는지 등을 분석하는 중이다.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도서배열 방법을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다.

잠시후 한자리에 둘러 앉아 각자의 조사 결과를 놓고 토론을 벌인 뒤 도서분류.목록작성.전산입력 등의 업무를 나눠 맡아 본격적으로 도서관 꾸미기에 나섰다.

대림대 문헌정보과 학생들로 구성된 '책사랑 동아리' (회장 李賢善.21)회원들이 초등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제대로 된 학교도서관 꾸미기' 를 하는 봉사현장이다.

서울.경기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이 동아리는 문헌정보과 황금숙(黃琴淑.40.여.안양시 종합자원봉사센타 연구위원) 교수의 주선으로 결성, 매년 방학때는 물론 때로는 토.일요일에도 초등학교 도서관을 찾아가고 있다.

黃교수는 대학생들이 초등학교 도서관의 열악한 실태와 운영상 문제점을 현장에서 체험할 경우 봉사의 기쁨도 맛보고 효과적인 학습이 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여대생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관리되는 초등학교 도서관에 도서정보 제공과 도서대여 시스템을 갖춰 주는 일을 주로 맡고있다.

그래서 이들이 다녀간 도서관에는 책에 라벨(바코드)가 붙어 있고 모든 책 목록이 컴퓨터에 입력돼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빠르고 편하게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서울 구일.안양 박달 등 4개 초등학교에서 이미 도서관 봉사활동을 끝낸 동아리 회원들은 앞으로 평촌 민백초등학교를 비롯, 의왕.과천.군포.수원지역 등의 초등학교에서 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박지현(朴智鉉.19)양은 "일부 초등학교는 한글 맞춤법이 개정되기 이전의 책들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며 "방학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뿌듯하다" 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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