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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이 현실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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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화석이 처음 발견돼 고고학자와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1800년대 초의 일이다. 앞서 언급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견되기 약 50년 전의 일이다.

공룡연구, 조개 껍질을 줍던 어린 소녀에서 시작

공룡화석에 대한 연구는 해변에서 조개 껍질을 줍던 한 소녀에서 시작됐다. 매리 애닝은 최초의 공룡화석을 비롯해 익룡의 화석까지 발견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만큼 당시만 해도 현재 우리가 접하는 동물들, 그리고 현생인류인 우리 인간 외에 특별한 동물들이 옛날에 살다가 사라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힘든 시기였다. 다시 말해서 화석이 무엇인지를 몰랐을 때다. 지금도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는 일반적인 화석에 대한 정의를 부정한다.

공룡화석에 대한 연구에 불을 댕긴 것은 과학자에 의해서가 아니다. 영국의 어느 아름다운 해변에서 예쁜 조개 껍질을 줍던 어린 소녀에서 시작됐다.

매리 애닝(1799~1847)은 과학자로써의 정식교육을 받은 바는 없다. 그러나 그녀는 예리한 통찰력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1800년대 초 대단한 화석연구가가 됐다. 사실 그녀는 너무나 총명했다.

그래서 그녀의 초인적인 능력으로 그러한 업적을 이루게 됐다는 마을의 조그마한 전설이 될 정도였다. 왜냐하면 너무나 굵직굵직한 공룡화석들이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에게는 발견되지 않고 매리에게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神氣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매리 애닝이 처음 발견한 공룡화석 이크티오사우루스는 오늘날 돌고래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매리의 유모가 하루는 그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들이를 갖는데 천둥과 벼락이 내리쳤다. 유모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러나 갓난 매리는 홀로 남긴 채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천둥과 벼락이 치는 가운데서 영국해안을 따라 암벽에 속에 박혀있는 희귀한 멸종화석을 발견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 받게 됐다는 것이다. 공룡화석을 발견하는 신기(神氣)를 하늘로부터 부여 받았다는 것이다.

매리는 1799년 영국의 휴양도시인 도싯 해안의 라임 레지스에서 태어났다. 여기에는 아주 아름다운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화석 조개들이 절벽에서 씻겨져 나와 모래사장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희한한 물건들’을 그저 모아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팔곤 했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물건들이 도대체 뭔지를 몰랐다. 그러나 애닝의 노력으로 나중에서야 과학자들은 그 ‘희한한 물건들’, 다시 말해서 화석을 통해 처음으로 공룡시대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얻게 됐다.

암모나이트와 공룡화석이 비슷한 장소에서 발견 돼

매리 애닝은 익수룡화석 테로닥틸도 발견했다.

현재 암모나이트라고 불리는 그 화석 조개들은 2억5백 만년 전에 시작된 쥬라기 시대 따뜻한 바다에서 번성했던 선사시대의 연체동물의 화석들이었다. 그 연체동물들이 죽자 바다 밑에 침전돼 묻히게 됐다.

다시 몇 백 만년이 흘러 나중에 이 침전물들은 딱딱해지면서 바위로 변했다. 그리고 해수면은 낮아지고, 암벽으로 드러나게 됐다. 결국, 바닷물과 바람에 침식돼 바위 속에 묻혔던 화석이 그 모습을 나타냈고 물에 씻겨 백사장으로 흘러 들어 온 것이다.

매리가 화석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부친의 영향이었다. 가구를 만들어 파는 그녀의 부친의 취미가 조개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매리와 그녀의 오빠는 아버지와 함께 백사장으로 놀러 가곤 했는데 매리가 가장 훌륭한 ‘희한한 물건’의 사냥꾼이었다.

1811년 무서운 폭풍이 몰아친 다음 어느 날 아침, 매리는 암벽에서 씻겨 흘러내려온 새로운 화석을 주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백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날 그녀가 발견한 것은 평소에 자주 줍던 평범한 나선형 화석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화석으로 된 해골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바다의 용처럼 보였으며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긴 선사시대의 바다 파충류였다.

룡화석을 연달아 발견해

그녀의 놀라운 발견에 대한 이야기는 급속히 퍼졌다. 과학자들과 교수들은 그 파충류화석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한 박물관이 그 화석을 비싼 값으로 애닝에게서 샀다. 그리고 이름을 ‘물고기 도마뱀’을 뜻하는 이크티오사우루스(Ichthyosaurus)로 지었다.

그 화석을 팔아서 번 수익과, 정부가 하사한 얼마 안 되는 돈으로 그녀는 전 생애를 화석연구에 쏟았다. 그녀는 또다시 네 개의 길고 날카로운 지느러미와 짧은 꼬리, 그리고 긴 목을 한 바다괴물 화석을 발견하는 등 놀랄만한 새로운 중요한 화석연구가로 그녀의 명성은 퍼져나갔다.

이 괴물은 물고기라기보다 도마뱀과 너무 닮았기 때문에 ‘도마뱀과 비슷한’ 뜻의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us)’라는 이름을 얻었다.

1828년 매리는 또 다른 선사시대의 괴물화석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괴물은 바다에 사는 동물이 아니었다. 이 괴물은 날개가 있었으며 쥬라기 시대 하늘을 지배했던 익룡(翼龍)으로 짐작됐다. 이 화석 뼈를 연구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한 교수는 ‘날개손가락’이란 의미로 이 동물을 테로닥틸(Pterodactyl, 익수룡)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화석발견에 재능이 뛰어난 매리를 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라임 레지스를 찾아 왔다. 그녀는 194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쨌든 신기한 것은 과학자들도 몰려들어 거대한 공룡화석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리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쥬라기 공원이 우리를 감동시키게 된 것은 바로 해안가에서 조개를 줍던 어린 소녀 매리의 덕분이다. 그녀는 정말 공룡화석을 발견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정말 신기가 있는 여성이었다. 왜 공룡화석들은 그녀의 눈에만 띈 걸까?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