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골드마크 협주곡 '새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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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베토벤.바흐.모차르트.슈베르트 등과 같이 거의 모든 작품이 널리 연주되는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단 한 곡으로 후세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남아 있는 작곡가도 있다.

토마소 비탈리(샤콘).그레고리오 알레그리(미제레레).아밀카레 폰키엘리(시간의 춤).안톤 루빈스타인(F장조의 멜로디).알버트 케텔비(페르시아의 시장에서).에밀 발트토이펠(스케이터 왈츠).엥겔버트 훔퍼딩크(헨젤과 그레텔).폴 뒤카(마법사의 제자).에르네스트 쇼송(시곡)등이 그 주인공들.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카를 골드마크(1830~1915)도 마찬가지. 브람스와 동시대에 활동했지만 이름을 대면 현대 작곡가가 아닌가 하고 착각할 정도다.

생전에는 오페라 '시바의 여왕' 을 대표작으로 꼽았지만 지금은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1877)만 연주될 뿐이다. 망각의 늪에서 골드마크를 구출해 낸 작품이다.

이 곡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19)가 통산 아홉번째 앨범으로 선택한 레퍼토리. 파리 바스티유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미국 출신 지휘자 제임스 콘론(50)이 지휘하는 쾰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골드마크가 애실리우스의 연극 '속박당한 프로메테우스' 를 위해 작곡한 무대음악 '프로메테우스 서곡' 도 보너스로 수록돼 있다.

골드마크 협주곡은 60~70년대 루지에로 리치.나단 밀스타인 등이 즐겨 연주했던 곡.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균형감각, 불꽃 튀기는 눈부신 기교와 서정적인 멜로디, 탁월한 관현악 편곡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낭만주의 레퍼토리다.

특히 '아리아(노래)'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2악장에는 '칸타빌레(노래하듯이)' '돌체(부드럽게)' '에스프레시보(풍부한 표정을 담아)' 등의 악상기호가 자주 등장해 마치 물 흐르듯 샘솟는 유장한 선율이 듣는 이의 가슴에 사무친다.

이 대목에서 바그너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데, 골드마크는 빈 바그너 협회를 창설하는 등 바그너 음악에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또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풍부한 관현악은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시벨리우스는 빈에서 골드마크를 사사했다. 02-3449-942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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