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병앓는 콘크리트] 5·끝.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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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중앙일보의 특별취재 ‘속병앓는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철근부식 원인과 실태,대책을 집중 점검한 것이었다.당장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그동안 구조물의 내구성에 대한 논의와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창수=그동안 압축강도,골재 규격,슬럼프(콘크리트의 유동성)값 등에만 중점을 둬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웠다.강도만 중시한 셈이다.공급량을 우선시 하다보니 수명 등에 대해 무신경했고 유지관리에 대한 개념도 미약했다.

▶이의호=외국에서는 60년대부터 철근 부식등에 관한 학계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고,70년대부터는 부식 억제제를 사용하는 등 내구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김성수=국내에선 90년대초 해외에서 유학한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철근 부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실제 적용은 서해대교 설계때 처음 했다.서해대교의 경우 콘크리트 덮개의 두께를 8㎝로 시공하고 내황산염 시멘트,에폭시 도장 철근 등을 사용했다.영종도 신공항과 부산·인천지하철,부산 광안대교 등에도 부분적으로 내구성에 대한 조치를 했다.

▶이창수=성수대교 붕괴사건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이 생긴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볼수 있다.

▶사회=철근 부식이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이의호=철근과 콘크리트는 인체의 뼈와 근육과 같다.철근이 녹슬면 부착력이 떨어져 전체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부피가 증가해 콘크리트 균열이 생긴다.바닷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은 채 건설한 아파트는 규정을 지킨 아파트 보다 수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95년 신도시 아파트 2차 조사 당시 국내 연구기관이 91년 1차 조사때 문제가 없었다는 아파트 12개동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한층당 2곳에서 콘크리트 일부(코아)를 떼어내 미국해양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더니 절반 가량에서 과다 염분이 발견됐다.일부 아파트 지하층은 단면적 비율로 볼때 10∼20%나 부식됐다.그게 5년 전에 일이니 요즘은 어떨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창수=외부에서 오는 하중은 콘크리트가,인장력은 철근이 받는다.실제 수명은 내하성·사용성·내구성을 종합해서 봐야하기 때문에 한가지 요소만으로 단언하긴 힘들다.그러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사회=염분에 의한 이상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김성수=금방 균열이 올 수 있고 외관상으로 녹물이 보인다.모든 균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철근 방향으로 균열이 일정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정밀진단이 필요하다.아파트 외벽의 콘크리트가 탈락할 정도면 철근의 역할은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바닷모래를 다 사용했을 텐데 지역별로 수치가 왜 다른가.

▶이창수=똑같은 바닷모래를 썼어도 차이가 나는 것은 규정을 얼마나 지켰느냐에 달려 있다.규정을 지킨 것과 대충 세척한 것과는 장기적인 변형률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난다.바닷모래도 제대로 세척하면 문제가 없다.

▶사회=정부는 3년 단위로 진단을 했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현재의 안전진단만으로 충분한가.

▶이창수=시민들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주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그러나 조사한 뒤의 대책이 겉치레에 그치면 안된다.또 조사할 때 전문가.시민단체와 입주자 대표들이 함께 참여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의호=이미 기초적인 조사가 있는 만큼 부식이 우려되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기술적으로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회=비래염분 피해 실상과 외국의 보수 실태는.

▶김성수=60년대 이전에 세워진 다리들은 모두 철거를 하고 새로 건설했다.그러나 폐쇄된 다리에서 염분량 침투 깊이가 8㎝ 정도인 것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새 다리에 대한 경계도 늦출 수 없다.소규모 연륙교(連陸橋)는 대부분 염해 대책이 없다.연륙교들을 조사해보면 난간 부분과 바다쪽을 향해 있는 날개벽이 가장 부식이 심했다.일본에서는 20년 정도된 교각에서 염분량이 3㎥당 2.5㎏ 정도 나와 보수한 경우도 있다.

▶사회=서울시 주요 시설물의 중성화 실태는 어떤가

▶이창수=지하 구조물은 공기나 습도 등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 중성화가 빨리 진행된다.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중성화 대책을 세워 수명을 늘리고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지상 구조물도 진단이 필요하다.서울의 경우는 그나마 조사가 이루어지고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지방 도시는 거의 방치된 상태다.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의호=중성화도 문제지만 지하철 레일에 흐르는 누설 전류도 관리를 해야한다.이 전류가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에 이르면 철근이 절단되는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이를 전식(電蝕)이라고 한다.일본은 이미 전식방지대책위원회를 1933년에 만들었다.

▶사회=중성화나 염해로 인해 구조물의 일부가 갑작스럽게 붕괴될 수도 있나.

▶김성수=단언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무관심으로 방치하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그러나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면 안전이 위협받지는 않는다.

▶사회=현재의 안전진단 시스템은 문제없나.

▶이창수=지금까지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앞으로는 안전 못지않게 내구성에도 중점을 둬야한다.또 안전진단을 하고 있으나 조사 항목이 들쭉날쭉하다.이런식으로는 전체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 수가 없다.대도시일수록 구조물 건설 보다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의호=각 분야별로 안전진단 전문가를 양성해 과학적이고 치밀한 진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김성수=우리나라도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이 많이 이뤄졌다.이제는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 됐다.

정리=김영훈 기자

[참석자]

이창수<서울시립대 교수>

김성수<대진대 교수>

이의호<한국건설방식연구소 박사>

사회: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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