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술문화 자리잡으며 싱글몰트 위스키 많이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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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류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막걸리와 함께 올해 성장세를 보인 술이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다. 국내 위스키시장에서 2% 안팎을 점유하는 수준이지만 올 들어 17%가량 매출이 늘었다. 세계와 국내에서 싱글몰트 1위인 ‘글렌피딕’을 생산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스코리아의 박준호(44·사진) 대표는 “유흥주점 쪽은 위축되고 바·레스토랑·호텔에서 많이 팔리는 등 국내 주류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한국지사 대표가 된 그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위스키는 유흥업소에서 빨리 취하기 위해 소비돼 왔는데, 그 같은 문화가 바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매출이 느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폭탄주가 발달한 곳은 여유가 없는 지역이었다. 미국의 폭탄주인 ‘보일러메이커’가 디트로이트 같은 공업도시에서 유행했고, 위스키 한 잔과 맥주를 연달아 마시는 ‘체이서’도 스코틀랜드 광산지역에서 생겨났다. 한국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여유가 생기고, 해외에서 싱글몰트를 접하는 기회가 늘면서 빨리 취하기보다 즐기는 술 문화가 점차 자리 잡아 가기 때문인 것 같다.”

-내년 시장을 어떻게 보나.

“전체 위스키로 보면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와인시장도 구조조정기를 거치고 있는데, 일본의 1990년대 초와 비슷하다. 일본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마시는 주류의 종류가 다양화하고 가라오케 같은 업소가 퇴조하는 등 음용 태도가 변했다.”

-버드와이저·게토레이 등의 브랜드 매니저를 지냈는데 주류 브랜드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음료도 당근주스가 인기를 끌다 쌀, 매실, 기능성 음료로 바뀌었고 전통주도 한때 유행하다 자취를 감춘 제품이 많다. 술이든 음료든 제품력이 뒷받침돼야지 유행만 타선 오래가지 못한다.”

김성탁 기자

◆싱글몰트 위스키=보리의 싹을 틔운 맥아를 원료로 하나의 증류소에서 생산된 원액만으로 만든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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