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렴 내조' 캠페인 벌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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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이 '부인 총동원령' 을 내렸다. 중국 지도부가 펼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당정 고위간부 부인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청렴 내조(內助)' 캠페인에 들어간 것이다.

'부패 간부의 뒤엔 대부분 부패한 여인이 있지만 청렴 간부의 곁엔 반드시 청렴한 아내가 있다' 는 게 이 캠페인이 내건 구호다. 부인들이 남편의 부패와 타락을 막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같은 청렴 내조 캠페인은 지난해 광둥(廣東)성의 경제특구 선전시가 도입, 큰 효과를 거뒀다.

선전시는 홍콩에 인접해 있어 고위 공직자들이 홍콩 기업인들의 집중적인 로비 공세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선전시의 당기율위원회와 부녀연합회가 공동으로 청렴내조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먼저 선전 당정기관과 각 기업체 간부 부인 8백여명을 초청, 선전 회관에서 청렴내조동원회를 선포했다. 그뿐 아니라 1백60명 당정 최고위 간부 부인들을 시의 제1교도소로 초청했다.

간부 부인들에게 보여준 죄수들은 한때 휘황찬란한 인생을 구가하던 시의 옛 고위 간부들이었다. 살인.방화범 등 잡범들과 함께 뒤섞여 처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부패 간부들은 간부 부인들에겐 모두 낯익은 인물들이었고 그런 만큼 충격도 컸다.

특히 선전시 푸톈(福田)구의 처장급 간부 부인 1백70명이 참여한 부패 관리의 참회 무대는 완전히 울음바다로 변했다고 한다.

30만위안(한화 약 3천9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전 세관관리가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과 가정이 어떻게 산산조각났는가를 술회하며 울먹이자 그를 아는 사람들이 따라 울기 시작했고 대회는 끝내 울음바다를 이루고 말았다는 것이다.

선전시는 이같은 청렴내조캠페인을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반복적으로 실시, 뇌물성 선물을 간부들이 자진 신고하는 청렴 풍토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고무된 선전시는 이를 제도화, 2년마다 한 차례씩 청렴내조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은 곧 인민일보(人民日報)등 중국 언론들에 의해 알려졌다.

간부들의 부패를 전문 단속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올해부터 이 청렴내조캠페인을 전국에 보급하기로 결정, 중국 대륙 전역에서 부인 총동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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