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통일 한국’의 첫걸음 내딛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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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 35면

다사다난했던 200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다가오는 새해는 독일 통일 20주년이 되는 해다. 같은 분단국인 독일이 재통일된 지 스무 해를 맞는 것과 비교하면 한반도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송구영신의 시점에서 ‘통일 한국’을 떠올리기에 많이 부족하다. 북핵 문제에 갇혀 아직도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하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 있고 남북관계는 팽팽한 기싸움 속에서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해묵은 이슈인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난관이자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올 초부터 지속된 북·미 갈등 국면에서 북핵 문제는 악화일로를 겪었지만 다행히 하반기엔 북·미 양자협상이 모색되었다. 급기야 보즈워스 대표의 12월 방북 이후 협상 국면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북·미 고위급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민족화해의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올 한 해는 남과 북의 샅바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한 면이 크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의 방북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억류직원 석방, 군사분계선 통행제한 조치 철회, 이산가족 상봉 성사 등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당국 간 대화나 본격적인 민간 교류협력은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다. 남이 지원하겠다는 옥수수 1만t에 대해 아직도 북이 거부하고 있는가 하면, 타미플루 지원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대청해전 발발과 남북 공동 해외시찰이 공존하는 작금의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대화·협력과 경색의 가능성이 병행하는 형국이다.

갈등과 경색 국면으로 출발한 2009년, 남북이 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로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경인년에 한반도 평화를 얼마나 더 진전시킬 수 있느냐다. 소망스럽기는 북·미관계가 속도를 내고 이에 맞춰 남북관계도 충분히 진전됨으로써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이 동시에 풀려나가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도 새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박함이 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8년을 허송하면서 핵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시간 낭비를 줄이고 가급적 빨리 모든 문제를 담판지어야 한다. 더욱이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2012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김 위원장에게 북핵 해결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연말에 단행한 화폐개혁으로도 만성적인 경제난과 사회적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음은 김 위원장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대미 협상을 무한정 미룰 수만은 없다.

미국 역시 북·미 양자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함은 마찬가지다. 올 4월의 핵 정상회의와 5월의 NPT 검토회의, 그리고 하반기에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서 일정한 진전과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핵 없는 세상’을 모토로 국제평화를 주장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협상을 진전시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통 큰 양보를 유도하기 위해 체제 보장과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북·미관계는 이미 제재 속에서 양자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되고 연락사무소 설치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은 것은 협상의 진전 여부다. 새해에도 한반도 평화의 관건은 핵문제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 위원장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도 반드시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핵 폐기라는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핵문제의 진전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서로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함을 숙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한 부시 행정부는 시간을 허비하면서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남북관계는 북·미 협상을 추동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북·미 갈등 국면에 더해 남북 경색국면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새해엔 북·미 협상 국면에 맞춰 남북관계도 진전되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선(先) 핵 포기나 선 개방을 전제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타미플루 식의 작은 지원부터, 남북 공동시찰 식의 작은 협력부터 시작하는 첫걸음이 중요하다. 2010년 한 해,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 그리고 통일 한국에 기여하는 역사적인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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