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온미디어 인수 … 케이블TV 공룡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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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케이블방송시장에 공룡사업자가 등장했다. CJ는 24일 온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총 22개의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 CJ오쇼핑 외에 CJ미디어 계열 9개(tvN, 채널CGV 등)와 Mnet미디어 계열 2개(Mnet·KM) 등 12개에다 온미디어가 보유한 OCN·슈퍼액션 등 10개가 합쳐지는 것이다. 이들 채널의 시청 점유율은 케이블 전체의 30% 수준으로 지난해 방송 매출만 8400억원 규모다.

◆유사 채널 통합 시너지 노리나=이번 인수는 표면적으로는 홈쇼핑과 트렌드·여성 채널의 만남이다. 온미디어가 보유한 온스타일·스토리온 채널의 주 시청층인 20~40대 여성을 CJ오쇼핑 고객으로 자연스레 끌어들인다는 것. CJ오쇼핑 이해선 대표는 “미디어에 쇼핑을 접목한 모델을 통해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결국 CJ미디어와 온미디어의 합병이 가시화된 것으로 내다본다. 상대적으로 현금 조달력이 좋은 CJ오쇼핑이 인수 주체로 나섰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쇼핑의 자회사인 CJ헬로비전을 내세움으로써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도 있다. 실제로 CJ는 이번 인수를 통해 18개 SO와 320만 가입자를 확보하게 돼 SO시장에서 업계 1위인 티브로드(22개 SO, 가입자 340만 명)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CJ미디어는 그간 영화(OCN-채널CGV), 20·30대 여성(온스타일-올리브), 어린이 만화(투니버스-챔프) 등에서 온미디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광고시장을 쪼갰을 뿐 아니라 해외 콘텐트 구매 및 자체 제작물 캐스팅 경쟁으로 인해 비용 상승이 이어졌다. 업계는 두 곳이 합치면 ▶시청 점유율 30%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해외 콘텐트 구매 비용을 20~30% 절감하는 데다 ▶지상파 와 경쟁 가능한 자체 제작 능력을 확보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본다.

◆지상파 대항할 콘텐트 탄력=올해 Mnet ‘슈퍼스타K’와 tvN ‘롤러코스터’가 잇따른 시청률 호조를 기록한 CJ는 오락채널 tvN을 중심으로 자체 제작물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교양팀장을 영입해 다큐·교양 프로그램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고, 지상파와 차별화된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송창의 CJ미디어 제작본부장은 “이번 인수로 인해 그룹에 자금 여력이 생기면 결국 자체 콘텐트 투자가 강화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콘텐트 수급이 원활해질 경우 SO 등 플랫폼 사업자와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제한된 채널 수로 인해 약자 입장에 섰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우수 콘텐트를 선점함으로써 IPTV와의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다. 광고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이미 업계에선 종합편성채널 출범과 맞물리는 미디어렙 시장에서 초대형 PP를 중심으로 개별 PP들이 미디어렙을 형성해 지상파와의 광고 경쟁에 대항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강혜란 기자

◆SO·PP=지역에 기반을 두고 보유한 망을 통해 프로그램을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회사가 SO(system operator)다. SO들과 영화 채널, 드라마 채널 등을 계약하고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PP(program provider)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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