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05년 초유량기업 새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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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가격 급등 등에 힘입어 1995년에 이어 사상 최대의 호황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전체 수출액의 12%에 이르는 수출규모와 50%를 넘어선 외국인 투자지분 때문에 부담을 느끼면서 국내 1위를 지킴은 물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 삼성전자의 비중〓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휴대폰.디지털 가전제품의 수출이 잘돼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수출액이 1백81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선에 이를 전망이다. 95년 반도체 호황 때에도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이 11.58%였다.

업계 관계자는 "95년 초 반도체 호황이 내리막길이던 국내 경제의 실상을 장밋빛으로 왜곡했었다" 면서 "최근 경제상황이 당시와 비슷해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외국인 지분이 56.4%나 돼 경영권에 대한 도전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李健熙)회장 등 대주주의 지분은 4%대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사주(5%)와 삼성 계열사 지분(10%)을 합해도 삼성 계열의 지분은 20%선" 이라며 "경영을 잘하는 것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 실수는 두번 하지 않는다〓삼성전자는 98년부터 회사 달력을 만들지 않았다. 달력을 만들어 고객과 거래회사에 배포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7억원 정도지만, 반드시 필요한 곳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95년 1백43%였던 부채비율이 현재 80%선이며, 연말께 60% 아래로 낮아지리란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95년 초 반도체 호황 때 넉넉한 자금을 여유있게 쓰다가 외환위기 때 예외 없이 어려움을 겪었다.

96년 미국 5위의 컴퓨터 회사 AST를 1조원에 인수했는데, 현지 핵심 개발인력이 빠져나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으며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무렵 자동차.석유화학 등 계열사에 역시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으나 투자 원금마저 건지지 못했다.

◇ 향후 전략〓삼성전자는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95년 1차 반도체 호황 때 전체 매출 16조원 중 반도체(컴퓨터 포함)가 54.9%나 됐고, 그 다음으로 멀티미디어 및 백색가전 27.7%, 정보통신 17.3%의 순이었다. 이를 올해에는 반도체 34%, 통신 26%, 디지털 미디어 31%, 백색가전 9%로 바꿨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기조라면 2005년에 매출 1천억달러, 시장가치 1백20조~1백50조원 규모의 세계적 기업으로 GE.MS.소니 등 세계 초우량 기업 대열에 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내 유보율도 더욱 높일 계획이다. 현재 사내유보금은 자본금(7천억원)의 9배인 6조6천억원 안팎. 회사 관계자는 "사내 유보금이 40조원으로 알려진 소니처럼 경영환경에 상관 없이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를 갖추겠다" 고 말했다.

◇ 얼마나 벌까〓지난해 3조1천7백억원의 순익을 낸 데 이어 올해 그 두배인 6조원이 넘는 순익을 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지난해 일년동안 거둔 순익에 육박하는 3조1천억원의 순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95년의 두배가 넘는 32조원.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70억달러(8조원) 매출에 2조4천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등 정보통신기기 분야에서도 1조4천억원의 이익(예상 매출 7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TFT-LCD 부문의 예상 이익도 3천5백억원(매출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서도 10조원의 매출에 6천억~7천억원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해 5조원 정도의 세후(稅後)이익이 예상된다" 고 밝혔다. 올해 낼 세금만 1조3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수익 기준으로 미국 시스코시스템스 등과 세계 2.3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95년 1차 반도체 호황 때 삼성전자는 2조5천억원의 세후 순익을 기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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