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확보 일본 연립정부] 모리 총리직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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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의 자민.공명.보수당의 연립 정권이 험난한 재출발을 하게 됐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재집권도 가까스로 가능해졌다.

25일 총선 개표와 출구조사 결과 여 3당과 자민당이 목표 의석인 2백54석과 2백29석은 그럭저럭 확보했다.

그러나 여 3당과 자민당의 국회 해산 전 의석이 3백36석.2백71석이었음을 감안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여 3당은 연정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된 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뿐이다. 반면 제 1야당인 민주당은 대약진했다.

95석에서 40~50석을 늘릴 전망이다. 야당의 중심세력으로 부상, 정권 창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 3당이 의석을 크게 잃어 향후 정국의 초점은 모리 총리의 재임 여부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선거 전후 터져나온 그의 실언이 선거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극우 성향의 발언은 내각 지지율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선거 직전에 무심코 내뱉은 "선거에 관심없는 사람은 자면 좋겠지만…" 이라는 말은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민당 내 주류파는 일단 모리 체제를 밀어붙일 태세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은 "목표 의석인 2백29석을 밑돌아도 총리가 재집권해야 한다" 고 말했다. 무라카미 마사쿠니(村上正邦)참의원 의장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비주류파는 교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비주류파가 모리 재집권에 반대해 당을 뛰쳐나가는 상황이 되면 일본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모리가 재집권한다 해도 장기 집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각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데다 당내에서도 자질 문제로 구심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야당 연합의 새 정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과반수에 턱없이 모자라고 유력 야당인 공산당과의 연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명암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선거 1주일 전 실시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모두 자민당의 단독 과반수 확보, 여 3당의 3백석 전후 확보였다.

그러나 40% 전후의 무당파들이 대거 야당, 특히 민주당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東京).오사카(大阪) 등지의 비례대표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무당파 덕분이다. 그럼에도 자민당이 2백20석대를 확보한 것은 탄탄한 조직표 덕이었다. 무엇보다 농어촌지역의 자민당 조직은 난공불락이었다. 종교단체 소카각카이(創價學會)를 모태로 한 공명당의 조직표(7백50만표 추정)도 한몫 했다.

자민당은 공명당과의 선거협력을 통해 공명당 조직표를 거의 그대로 흡수했다. 반면 공명당은 자민당원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국은 다음달 4일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 때까지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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