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수학의 무한한 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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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학은 학창시절의 어렵고 골치아픈 학문일 뿐 실생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이 논리적 훈련과 종합적인 사고력의 배양에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수학이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실용적인 응용분야와는 관계가 멀 것이라고 여겨졌던 소수(素數) 및 정수(定數)이론은 각종 디지털 전자제품의 신호처리, 신용카드나 컴퓨터의 암호.보안체계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해독으로 연합국의 승리에 크게 공헌한 앨런 튜링이나 컴퓨터의 아버지 폰 노이만도 원래 수학자 출신이었다.

응용수학과 이론물리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몬테카를로 방법이 유럽의 유명한 도박의 도시로부터 이름을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확률론의 탄생은 도박과 관련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주가의 분석이나 예측, 각종 금융상품의 개발 등에도 고도의 확률론과 미분방정식이 응용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국내외 은행.증권사 등에서 수학자들을 전문 애널리스트로 채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생물학은 이공계 중에서 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이런 말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의 유전정보 및 그 기능을 정리하고 해독하는 생물정보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초안 결과를 26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는 인간지놈 프로젝트에서도, 사람 DNA 30억쌍의 염기서열을 밝혀내려면 컴퓨터 없이는 불가능하고, 따라서 수학과 전산학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가 실용분야와 첨단기술에만 매달리고 기초학문을 홀대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데, 수학과 같은 기초과학이 튼튼히 자리잡아야 첨단의 실용 과학기술도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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