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교섭단체 물건너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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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민련 오장섭(吳長燮)원내총무는 요즘 "정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다" 는 말을 자주 한다. 교섭단체 문제가 좀체 해결전망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3일 한나라당의 강력 반대로 국회법 개정안의 운영위 상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교섭단체 구성은 물건너 갔다" 는 회의론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에 대한 불만도 커질대로 커졌다.

당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자민련 비위를 맞추느라 국회를 파행시킬 수는 없다" 며 교섭단체 구성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민련은 즉각 민주당을 겨냥했다. 김학원(金學元)대변인은 "이번 회기 중 국회법 개정안이 처리안되면 '중대결심' 을 할 수밖에 없다" 며 "중대결심에는 민주당과 공조파기 등 모든 수단이 포함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金대변인의 이 말은 계산된 엄포라는 점을 당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당장 당 총재인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의 인사청문회와 총리인준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민주당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공조파기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에게선 "지도부가 전략도 없이 성급히 총리직을 넘겨받는 바람에 여지가 더 좁아졌다" 는 불만도 나온다.

한 핵심당직자는 25일 "꽉 막힌 상황" 이라며 "결국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자민련을 고사시켜 의원들을 갈라먹겠다는 속셈" 이라고 말했다.

결국 독자생존의 가능성이 점차 작아지면서 당내 일각에선 더 늦기 전에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민국당.한국신당과의 소3당 합당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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