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소통 수단은 소수의 거액 기부 문화를 다수의 소액 기부 문화로 바꿨다. 이웃을 도울 생각이 있다면 이제 트위터를 하면서 메시지를 올릴 때마다 1원씩 기부할 수 있다. ‘행복주식거래소’ 홈페이지(happyexchange.chest.or.kr)에 들어가면 이웃들의 사연을 보고 주식을 고르듯 돕고 싶은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 연세대 경영대는 ‘블루 버터플라이’라는 온라인 소액기부 시스템을 구축해 출범 한 주 만에 17억원을 모으는 기적을 만들었다.
#대학 동문에게 온라인 기부 받아
‘1000원 한 장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연세대 ‘블루 버터플라이’ 홈페이지.
이 캠페인이 계속 이어지면 동창회가 재학생 후배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블루 버터플라이’란 홈페이지 이름도 아마존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에서 따왔다. 이처럼 전 동문이 참여하는 기부 형식은 기부 문화가 앞선 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 글 1개 1원씩 3000만원 모아
지난 11월 11일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글을 쓸 때마다 1원씩을 기부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트위터는 PC와 휴대전화로 짧은 글을 서로의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일종의 ‘미니 블로그’다. 한 달 만에 400여 명이 참여해 1000만원이 모였다. 22일 현재 970명이 3000만원가량을 모금했다. 이 캠페인은 트위터 김현성(38)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김씨는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 방문자가 1000명이 되자 10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김씨는 트위터에 “방문자 한 명당 1원을 기부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한 달 만에 400명이 답했다. 김씨는 “2000년 결혼할 때 축의금의 1%를 기부하면서 소액기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트위터 덕분에 1원 기부 아이디어가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없었다면 그저 한 사람의 소액기부자로 머물렀겠지만 새로운 소통 수단 덕에 더 많은 기부를 이끌어낸 셈이다. 굿네이버스의 양진옥 나눔사업본부장은 “인터넷 등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이 늘어나면서 참여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묻지마’에서 ‘맞춤형’으로 진화
10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행복주식거래소’ 홈페이지에 사연 하나가 올라왔다. 경북 경산시 구정선(73) 할머니의 사연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외동아들이 할머니를 보살피지 않아 월 27만원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는 방세도 감당할 수 없다는 짧은 글이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행복주식거래소에서 행복주식 100주(50만원)를 구입해 구 할머니에게 기부했다. 노동조합 박완선 사무국장은 “같은 ‘거래소’라 평소 관심을 갖고 홈페이지를 보다 구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됐다”며 “내 기부금이 누굴 위해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는 내 돈이 누구를 돕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행복주식거래소를 통하면 기부자들이 온라인에서 사연을 보고 도움 받을 사람을 직접 고른다. 인터넷 덕분에 기부가 ‘묻지마’에서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강기헌·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