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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온라인 모금 …‘사이버 기부’클릭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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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기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소통 수단은 소수의 거액 기부 문화를 다수의 소액 기부 문화로 바꿨다. 이웃을 도울 생각이 있다면 이제 트위터를 하면서 메시지를 올릴 때마다 1원씩 기부할 수 있다. ‘행복주식거래소’ 홈페이지(happyexchange.chest.or.kr)에 들어가면 이웃들의 사연을 보고 주식을 고르듯 돕고 싶은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 연세대 경영대는 ‘블루 버터플라이’라는 온라인 소액기부 시스템을 구축해 출범 한 주 만에 17억원을 모으는 기적을 만들었다.

#대학 동문에게 온라인 기부 받아

‘1000원 한 장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연세대 ‘블루 버터플라이’ 홈페이지.

연세대 경영대와 상경대 동창회는 최근 동문을 대상으로 ‘블루 버터플라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1000원 기부 캠페인이다. 일회성 모금 운동이 아니다. 새로 구축한 온라인 기부시스템인 블루 버터플라이 홈페이지(www.bluebutterfly.co.kr)를 통해 동문들이 꾸준히 기부를 한다. 동문 30명이 매일 1000원씩 4년간 기부하면 재학생 한 명의 학비를 전액 책임질 수 있다. 동문들은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순간 고유의 나비 번호를 받고, 지원한 학생들의 멘토 역할까지 한다. 블루 버터플라이 기부 캠페인은 큰 돈이 아니어서 손 부끄러워 기부에 동참하지 못했던 동문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동문들이 아무 때나 손쉽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적중한 것이다. 이달 11일 캠페인을 시작한 지 일주일여 만에 17억여원을 모았다.

이 캠페인이 계속 이어지면 동창회가 재학생 후배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블루 버터플라이’란 홈페이지 이름도 아마존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에서 따왔다. 이처럼 전 동문이 참여하는 기부 형식은 기부 문화가 앞선 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 글 1개 1원씩 3000만원 모아

지난 11월 11일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글을 쓸 때마다 1원씩을 기부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트위터는 PC와 휴대전화로 짧은 글을 서로의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일종의 ‘미니 블로그’다. 한 달 만에 400여 명이 참여해 1000만원이 모였다. 22일 현재 970명이 3000만원가량을 모금했다. 이 캠페인은 트위터 김현성(38)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김씨는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 방문자가 1000명이 되자 10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김씨는 트위터에 “방문자 한 명당 1원을 기부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한 달 만에 400명이 답했다. 김씨는 “2000년 결혼할 때 축의금의 1%를 기부하면서 소액기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트위터 덕분에 1원 기부 아이디어가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없었다면 그저 한 사람의 소액기부자로 머물렀겠지만 새로운 소통 수단 덕에 더 많은 기부를 이끌어낸 셈이다. 굿네이버스의 양진옥 나눔사업본부장은 “인터넷 등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이 늘어나면서 참여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묻지마’에서 ‘맞춤형’으로 진화

10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행복주식거래소’ 홈페이지에 사연 하나가 올라왔다. 경북 경산시 구정선(73) 할머니의 사연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외동아들이 할머니를 보살피지 않아 월 27만원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는 방세도 감당할 수 없다는 짧은 글이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행복주식거래소에서 행복주식 100주(50만원)를 구입해 구 할머니에게 기부했다. 노동조합 박완선 사무국장은 “같은 ‘거래소’라 평소 관심을 갖고 홈페이지를 보다 구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됐다”며 “내 기부금이 누굴 위해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는 내 돈이 누구를 돕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행복주식거래소를 통하면 기부자들이 온라인에서 사연을 보고 도움 받을 사람을 직접 고른다. 인터넷 덕분에 기부가 ‘묻지마’에서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강기헌·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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