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무섭다 … 아르헨티나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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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르헨티나 출신 리오넬 메시(22·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 2009년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메시는 147개 축구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에서 1047점을 얻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2점·포르투갈)와 사비 에르난데스(196점·스페인)를 크게 눌렀다. 22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시는 “다른 나라 대표팀의 동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91년 이 상이 제정된 뒤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 프랑스풋볼이 선정하는 발롱도르를 거머쥔 메시는 FIFA 올해의 선수에도 이름을 올리며 2009년 유럽 축구 3대 개인상을 석권했다.

◆메시는 누구=‘내 이야기 좀 들어 볼래’로 시작되는 스포츠 용품업체 아디다스 광고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선수다. 1m70㎝의 작은 키를 기술로 극복하고 세계 최정상에 오른 작은 거인이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23골·11도움으로 소속 팀 바르셀로나 우승을 이끌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우승을 지휘했다.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레이(스페인 국왕컵)까지 거머쥐며 스페인 프로축구 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했다.

“기량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못지않고, 동료와의 조화는 호날두보다 더 좋은 선수.” 메시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평가다. 올해는 물론 호날두가 매우 돋보였던 지난해에도 허 감독은 메시를 “단연 세계 최고 선수”로 뽑았다.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 역시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호날두가 아니라 메시에게 한 표를 던졌다.

한마디로 부족한 게 없는 선수다. 축구 시야, 드리블을 통한 돌파 능력, 골대 구석을 정확히 겨냥하는 슈팅력까지…. 게다가 메시는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동료를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과 겸손함까지 갖췄다. “이 상은 나만의 상이 아니다. 클럽과 대표팀의 동료와 함께 나누는 상이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는 메시의 수상 소감은 괜한 인사치레가 아니다.

리오넬 메시가 트 로 피를 들고미소 짓고 있다.[AP=연합뉴스]

◆16강 특명, ‘메시를 막아라’=한국은 2010 월드컵에서 메시와 만난다. 아르헨티나와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격돌한다. 무대는 1700m가 넘는 고지대 요하네스버그다. 86년 멕시코 월드컵과 상황이 흡사하다. 24년 전 한국은 마라도나 때문에 멕시코 고원에서 눈물을 삼켰다. 마라도나는 전반에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에 1-3 패배를 안겼다. 메시는 좌우 측면 공격수는 물론 중앙 미드필더도 가능한 전천후 공격수다. 최종 수비수뿐 아니라 중원의 미드필드부터 메시를 압박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바르셀로나에서 메시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메시는 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거다. 바르셀로나에는 이니에스타·에르난데스 등 뛰어난 미드필더가 메시를 보좌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주축 미드필더 리켈메는 마라도나 감독과 불화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메시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도리어 메시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준 기자

2009년 리오넬 메시의 업적

▶팀 우승=스페인 코파 델레이,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수퍼컵, 스페인 수퍼컵, FIFA 클럽월드컵

▶연간 개인상=FIFA 올해의 선수상, UE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

▶단일 대회 개인상=FIFA 클럽월드컵 MVP, 프리메라리가 베스트 플레이어, 프리메라리가 베스트 공격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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