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피해신고 초반부터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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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주4.3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시작된 4.3사건 피해자 신고접수 업무가 복잡한 절차와 실무위원회 구성 차질 등으로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제주도 4.3사건 지원사업소는 지난 8일부터 도내 각 읍.면.동 일선창구와 재외공관 등을 통해 4.3사건당시 피해자와 유족 등의 피해사실 신고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과 4.3관련단체는 까다로운 신고절차 등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도는 4.3피해신고자의 경우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재판기록 등의 서류제출을 요구하고 입증이 불가능할 경우 4.3사건 당시 한 마을에 거주했던 65세 이상 주민 3인의 피해사실 보증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또 후유장애자는 국립의대부속병원 또는 실무위원회가 지정한 병.의원의 장애진단서를 내도록 못박고 있다.

그러나 도는 이달 초 특별법 발효(5월 10일)에 따른 실무위원회 구성조례를 만들었지만 여태껏 실무위는 구성조차 못했다. 물론 실무위 지정병원도 없는 형편이다.

실무위 구성은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부지사와 도 국장급 공무원 2인, 유족대표.전문가 등 11인을 포함해 15인으로 한다는 원칙만 서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신고실적도 극히 저조, 23일 현재 피해사실을 신고한 유족은 2백18명에 불과한데다 재외공관 또는 다른 지방에서의 피해신고 사례는 단 한명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1993년 제주도의회가 4.3피해신고 접수에 착수, 1만2천2백43명의 피해사실을 확인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차원의 명예회복위원회 구성도 늦어져 신고접수를 받을 재외공관도 현재 일본.미국 등 2개국으로만 한정되고 있다.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중국 등지 신고창구 추가 개설은 특별법상 명예회복위 결정사안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임시반상회를 열어 4.3피해신고 독려에 나서는 등 신고활성화를 위한 대책추진에 들어가는 한편 신고에 따른 현지조사에 착수할 담당공무원이 조사에만 전념하도록 일선 시.군에 긴급지시했다" 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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