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일본 총선 예측불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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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5일의 일본 총선을 앞두고 내각 지지율은 바닥권인데도 여론조사에선 집권당이 호조다.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의 지지율은 이달 들어 곤두박질쳤다. 지지(時事)통신 조사에 따르면 4월 출범 당시 지지율은 33.3%였다가 최근 18.2%로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20.1%에서 54.4%로 껑충 뛰었다.

'신의 나라' '국체' (國體)를 비롯한 모리의 잇따른 실언 때문이다.

이래서는 자민당의 수성(守城)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모리가 1989년 섹스 스캔들로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 단명으로 끝난 우노 소스케(宇野宗佑)내각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당시 우노 내각의 지지율이 10%대였다.

이런 예상은 일단 빗나갈 것 같다. 신문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모두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2백41석)를 훨씬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공명.보수당의 여 3당은 3백석에 육박했다. 자민당 단독 목표인 2백29석, 여3당 목표인 2백54석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야당은 민주당이 1백10석대로 약진하고 나머지는 현상 유지로 집계됐다. 한 일간지 선거담당 기자는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 말했다.

앞뒤가 안맞는 것 같은 조사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유권자들은 모리를 불신하지만 그렇다고 야당에 정권을 맡기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정 논리다. 정치평론가 미야케 히사유키(三宅久之)는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이 모리의 실언보다 정치안정과 경기 회복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 것" 이라고 말했다.

그의 추정치는 여3당 2백60~2백80석, 자민당 2백25~2백50석. 조사치보다는 적지만 모리의 재집권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치평론가 모리타 미노루(森田實)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문사들은 젊은층의 외출이 많은 17, 18일 휴일에 조사를 벌여 결과에 의문이 간다" 고 말했다.

50, 60대의 보수 성향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의 예상치는 여3당 2백55석, 자민당 2백20석. 연정은 유지되지만 모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른 전문가들도 실제 자민당 획득 의석수는 여론 조사치를 밑돌 것으로 지적한다.

지지 정당.후보를 정하지 않은 무당파들이 유권자의 절반에 이르고, 이들이 야당쪽에 표를 더 많이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를 보고 집권당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꿈틀거릴 수도 있다. 자민당이 유리한 조사결과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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