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 교수 "한반도 통일 미국도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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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시카고대 역사학과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에게 올해의 6월은 두 가지 감회로 다가오고 있다.그가 학자적 정열을 바쳐 연구해온 한국전쟁이 발발 50주년을 맞은데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해,미국인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金위원장의 언행에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맞이하러 직접 공항에 나온 것이나 자신감에 차있고 능력 있는 지도자처럼 행동하는 것이나 나에겐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김일성(金日成)전 주석의 장남으로 최소 25년간 권력승계를 위한 훈련을 받았다. 그런 그가 정신적으로 비정상적이거나 엽색가이거나 무능력자일 수 있겠는가.

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사회나 문화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김일성은 그의 아들을 최소한 60년대부터 꾸준하게 자신의 옆에 두었다. 그래서 金위원장은 80년 제6차 당대회 때 이미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나. 클린턴 행정부는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갖춰야 하는 중요한 이유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들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NMD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클린턴 행정부는 그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북한에 악역을 맡긴 것이다.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므로 그런 전략은 항상 성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우스꽝스런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미국은 몇시간 안에 북한을 궤멸시킬 수 있다. 현재 실제적인 위협도 별로 없다. 영변 원자로는 봉쇄됐고 8천개의 연료봉은 콘크리트에 봉인돼 핵문제는 해결됐다.

미사일 문제도 북한이 시험발사를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지 않는가.

종국에 가선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계획을 매입해 (buy out) 버릴 것이다 (경제적 대가를 주고 북한으로 하여금 포기하도록 한다는 뜻). 6백억달러를 들여 미사일 방어망을 만드는 것보다 그것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NMD는 문제가 많다.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기엔 기술이 너무 어렵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군비경쟁에 매진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 미국에서 남북한의 통일이 과연 미국에 유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미국은 한국의 통일을 촉진시켜야 할 중대한 책임이 있다. 45년 8월 한국인들, 심지어는 우방들과 상의 한번 하지 않고 한반도를 분할시키는 데 독자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통일된 한국이 미국에 우호적이기만 하면 한국의 통일이 미국에 유리할 것이란 사실을 미국인이 깨닫게 될 것이다. 중국의 힘이 날로 커지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브루스 커밍스는>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박사(동아시아 전공) 출신으로 미국내 몇 안되는 한국전문가다. 57세.

한반도내 미국의 역할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뤄 주한미군 철수 및 광주민주화운동 미국 개입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1981년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워싱턴대와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한국전쟁의 기원'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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