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유행노래 CD로 복각돼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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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해연이 부른 ‘단장의 미아리 고개’,이예성이 부른 ‘전선 소야곡’,신세영이 부른 ‘전선 야곡’….

6·25를 전후해 유행한 노래들이다.지금처럼 CD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던 이 곡들은 당시 역사의 격동기에 한많고 외로운 사람들의 맘을 달래주었다.

최근 신나라 뮤직이 6·25 50주년을 맞이해 SP음반으로 듣던 당시의 노래들을 원음 그대로 CD로 복각했다.타이틀은 ‘유성기로 듣던 6.25 메모리’.촌스럽지만 푸근한 반주에 실린 가수의 애달픈 목소리가 SP음반을 재생할 때 나는 잡음과 섞여 남다른 감흥을 자아낸다.유난히 이별이 많은 시대였기 때문일까.더러는 템포가 빨라도 구슬픔이 배어있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남인수의 ‘휴전선 엘레지’와 ‘무정열차’‘이별의 부산정거장’,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박재홍의 ‘경상도 아가씨’등이 그런 곡들이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이별의 부산정거장),“눈보라가 휘날리는…”(굳세어라 금순아)“달빛도 차거운…”(전선의 하룻밤),“가랑잎이 휘날리는…”(전선야곡)으로 시작하듯 수록곡들은 모두 절절한 외로움과 가슴에 맺힌 한을 그대로 털어놓고 있다.분단,이별,한많은 피난살이,그리운 고향과 어머니….50년전쯤 많은 사람들의 삶을 멍들게 했던 것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음반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노래를 통해 동시대인들을 위로했던 가수 남인수의 발자취다.‘휴전선 엘레지’와 ‘이별의 부산정거장’‘가거라 삼팔선’등을 비롯,이 음반엔 그의 노래가 모두 6곡이 실려있다.이 음반은 SP음반의 상태에 따라 각 곡들마다 음질의 편차가 다소 있는 편.하지만 첫 곡으로 수록한 ‘휴전선 엘레지’는 비교적 음질이 좋아서 심금을 울리는 남인수의 음색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은 삶이고,문화고,또 하나의 역사다.이 음반은 뒤틀린 역사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50년전의 원음을 더듬어 써내려간 작은 역사책 같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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