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1회용 접시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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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에코 라이프’가 대세인 요즘, 일회용 용기는 위험한 유혹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있다. 일 년에 한두 번쯤, 또 다른 비효율적인 낭비를 막기 위해 사용한다면 대자연 어머니도 이해해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이왕 쓰는 거 ‘손님상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자.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제품 협찬=듀니(duni)

#상황 1 신혼 집들이

결혼식을 한 달 앞둔 김나영씨는 혼수를 준비하면서 부쩍 어머니와의 신경전이 늘었다. 평생 여러 가지 상황에 맞닥뜨렸던 어머니는 딸이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완벽을 기하려고 한다. “손님 초대도 여러 번 치러야 하는데 그릇도 넉넉히 준비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김나영씨의 생각은 다르다. 신혼살림인 만큼 최대한 심플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찬장에 들어찬 수많은 그릇이 몇 번이나 제 역할을 했을까. 결국 어머니의 고집을 꺾고 4인용에 맞춰 부엌살림을 준비했다. 그런데 신혼 집들이부터 난감해졌다. 적어도 10인분은 준비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상황 2 친구들과 연말 모임

싱글족인 박수진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을 집에서 열기로 했다. 값도 비싸고 맛도 없는 식당에서 시간까지 체크해 가며 여유 없이 보내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 들락거린 사람이 몇 안 되는 단출한 살림이라 손님맞이 준비가 만만치 않다. 요리를 하기에도, 상차림을 하기에도 모든 게 부족하다. 같은 처지의 싱글들이라 포틀럭 파티를 하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떡하지.

#상황 3 초등생 아이의 파티

“엄마, 우리 집에서 파티 하면 안 돼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아이가 친구 생일 모임에 몇 번 초대를 받고 나서는 ‘파티 하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다. 김순희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러자” 흔쾌히 답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 장난꾸러기 친구들을 접대하려면 뭔가 색다른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 있는 사기그릇들을 내놓는 건 어울리지 않을 테니까. 아이들만의 파티를 꾸며줘야 하는데, 어떡하지.

적어도 위의 세 가지 상황은 일회용 식기를 사용할 만하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는 ‘파티 용품’ 코너가 따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성탄·연말 모임이 많은 때는 색다른 디자인의 신상품이 선보일 때다. 주문하고 하루면 배송받을 수 있으니 준비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왕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일회용 식기. 어떡하면 그럴듯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다음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이 조언한 방법들이다.

모임 성격에 맞는 디자인 골라야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파티’ 하면 떠오를 만한 이미지의 디자인 제품들이 준비돼 있다. 보통은 생일 파티용 ‘birthday’ 문구가 쓰여 있거나 축하할 만한 일을 위해 ‘happy’라는 문구가 쓰인 디자인이 많다. 요즘 같은 때는 성탄절 모임을 위해 산타클로스·루돌프가 그려진 제품들이 새롭게 출시돼 있다. 핑크·블루·빨강·초록 등 시즌에 맞는 색상을 골라 상차림을 하는 것도 파티 분위기에 자연스레 어울리는 방법이다.

초대하는 손님 취향부터 파악하라

물론 아이들이 주인공인 모임에는 동물 모양 또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것이 좋다. 이런 종류의 제품은 여성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도 효과적이다. 예쁘고 앙증맞은 일러스트를 싫어하는 여성은 없으니까. 집들이처럼 어른들을 주로 초대하는 경우는, 일반 도자기류를 흉내 낸 디자인을 고른다. 그릇에 관한 관찰력이나 관심이 적은 남자들은 직접 만져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만큼 그럴듯하다.

집에 있는 그릇과 함께 상차림을

집으로 사람을 초대해 놓고 중국집에서 배달시킨 음식만 한 상 차려낸다면 손님들은 ‘성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직접 만든 밥과 국, 전골 요리 또는 찜·구이·튀김 등 서너 가지만 함께 차려내도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식기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일회용 식기들이 알록달록한 원색 디자인이 많으니, 깔끔한 흰색 사기 식기를 이용하는 게 적당하다.

어울리는 음식, 피해야 할 음식

보기에는 무난해도 역시 음식을 담아내면 금방 표가 나는 게 일회용 식기의 단점이다. 그 때문에 담아낼 음식을 잘 매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국물이나 소스가 많은 제품은 피한다. 대부분 종이 소재라 금방 축축해진다. 튀김류는 기름기를 잡아주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다. 플라스틱 소재의 일회용 식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서는 안 된다. 열기와 플라스틱이 만나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다.

정성 깃든 테이블 장식은 필수

손님 수가 많을수록 일회용 식기 사용은 이해받을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상황을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으니까. 아마도 손님들은 일회용 식기를 사용했다는 것보다 집주인의 정성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집 장식을 모임의 성격에 맞게 인테리어한다든가, 테이블 장식을 위해 소품이나 꽃을 사용하는 등 주인장의 손길이 직접 미쳤을 무언가를 더불어 상차림한다면 일회용 식기라도 충분히 손님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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