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제안 ‘감축행동 등록부’ 미·중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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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은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였지만 우리 정부는 비교적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 분야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가교 국가라는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우리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나마 레지스트리(NAMA registry·감축행동 등록부제)가 ‘코펜하겐 협정문’에 명시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나마 레지스트리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신흥국들이 자발적인 감축 활동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하는 제도다. 이 대통령은 9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때 이 방안을 제안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나마 레지스트리가 현실적 중재안’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며 “중국 등 신흥국도 경제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을 함께하기 위해선 나마 레지스트리 같은 유연한 제도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밝힌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설립 계획도 큰 관심을 받았다. 회의 사무국에서 발간한 『에코』라는 소식지는 1면에 한국 정부의 GGGI 설립 추진을 다뤘다. 일부 참석자는 “GGGI가 유엔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과 대등한 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밖에 최근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중기 목표를 감축한 것도 입지를 굳건히 해 줬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Taking Action Together(다 함께 행동을)’란 기조연설을 통해 강조한 ‘나부터(Me First)’ 정신이 힘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런 활동은 CNN·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한국의 ‘주가’가 뛰자 정래권 기후변화대사 등 수행원들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야 했다.

이런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 따라 이 대통령은 참석 정상들 중 유일하게 17일에 이어 18일 정상회의에서 ‘앙코르 연설’을 했고 청와대 측은 이 연설문을 연설 직후 배포해 적극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산업계 일각에선 한국의 이런 선도적 역할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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