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V ‘예스 셰프’ 우승자 이지민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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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예스 셰프’ 최종 우승자로 뽑힌 이지민양. 방송에서 도전했던 ‘닭롤라즈’ 요리를 만들어 보여주며 인터뷰를 했다. [최승식 기자]

소녀의 꿈은 검사였다. 또랑또랑한 말솜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짜 재능을 알아본 건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만든 각종 나물 요리의 맛을 단번에 구별해냈다. “맛을 제대로 아네.” 할머니의 칭찬 한마디가 소녀의 꿈을 바꿨다. 그렇게 소녀는 검사복 대신 요리복을 집어 들었다.

케이블·위성 채널 QTV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예스 셰프(YES!CHEF)’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쥔 이지민(19·한국외식조리전문학교 1학년)양. 최연소 참가자로 1000여 명의 도전자를 물리치고 상금 3000만원을 차지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7성급 요리사’ 에드워드 권의 레스토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됐다. 소녀의 꿈은 이뤄진 걸까.

“저를 우승자로 뽑아주신 건 더 도전하라는 뜻일 거에요. 서바이벌 과정을 거치면서 공부할 게 너무 많다는 생각뿐이었죠. 아직 멀었습니다.”

실은 소녀의 어른스런 답에 적이 놀랐다. 방송에서 그는 당차고, 때론 ‘버릇 없는’ 강한 캐릭터로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도전자로부터 “팀 플레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들었다.

“처음엔 욕심이 너무 많았어요.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없으니까 일부러라도 제 주장을 강하게 했죠. 하지만 혹독한 도전 과정을 통해 불평이나 욕심을 버리는 법을 알게 됐어요.”

그랬다. 뾰족한 캐릭터를 조금씩 덜어내면서 그의 당찬 구석은 장점으로 부각됐다. ‘양은 냄비’ 편에선 그의 당돌함이 오히려 반짝였다. 양은 냄비로 요리를 하라는 미션이었는데, “뭘 끓일까” 고민하는 다른 도전자와 달리 그는 엉뚱한 선택을 했다. “양은 냄비가 빨리 뜨거워지는 대신 빨리 식기도 하잖아요. 심사하는 동안 식을 게 빤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차가운 감자 요리를 하자고 결심했어요.”

이날 그의 요리는 기존 상식을 뒤집었다. MC 에드워드 권은 “놀라운 발상”이라며 그의 요리를 1위로 꼽았다. 방송 내내 소녀의 당돌함은 단연 화제였다. 그의 말마따나 “어리고 경험도 부족했기에 떠올릴 수 있는” 독특한 요리는 그만의 장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에서 공개된 재료(닭과 당근)로 즉석 요리를 했던 첫 회에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극찬을 받았다. 인터뷰 동안 방송 첫 회에서 내밀었던 ‘스윗캐롯 소스를 곁들인 닭롤라즈’ 요리가 완성됐다. 닭가슴살을 동그랗게 말아 그 속을 리조또로 채운 요리였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담백했다. “일류 요리사가 곧 되겠다”는 덕담을 건네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에드워드 권 셰프님이 ‘사막에서도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셨어요. 요리는 물론 외식산업 전반에 대해 더 독하게 공부할 생각이에요.”

정강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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