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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사범 재판 '버티기' 안통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당선만 하면 사실상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16대 총선사범 재판부터 바꿔놓겠다던 법원의 다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국회의원 당선자는 물론 선거운동원에 대한 첫 재판이 일반 구속 피고인 재판보다 훨씬 빠른 2주 만에 시작되는가 하면 과거 선거법위반 사범에 흔히 내려졌던 집행유예.벌금형이 아닌 실형선고 사례도 늘고 있다.

법원은 "특히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이용,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방법으로 재판을 늦추려는 당선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 는 강경한 입장이다.

◇ 빨리 잡히는 첫 재판〓서울지법과 수원지법은 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신현태(申鉉泰), 민주당 장영신(張英信)의원에 대한 첫 공판을 13, 16일 각각 열기로 했다.

지난 1월 실시된 인천시 남동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총선에 당선했으나 구청장 선거운동기간 중의 선거법위반 혐의로 지난달 기소된 민주당 이호웅 의원의 경우 벌써 2차 공판이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는 상태.

서울지법은 또 당선자는 아니지만 지난 3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남상해(南相海)비례대표 후보(34번)와 자민련 강남갑지구당 김명년(金命年)위원장에 대한 첫 재판도 기소 10일 만인 13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법원의 신속한 재판 진행은 불구속 피고인들의 경우 대체로 기소된지 4~6주 지난 뒤 첫 재판을 받아온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것으로 선거사범에 대한 법원의 신속하고 엄격한 단죄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재판에 나오지 않는 당선자에 대해 직권으로 구인.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방법으로 강제로 재판에 출석시켜 그동안 사문화됐던 선거법위반 사범 재판시한(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을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국회의원 7명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15대 국회의 경우 총선이 1996년 4월 실시됐으나 늦게는 99년 7월 확정판결이 나온 경우도 있어 이들이 평균 23개월 동안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선거전담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는 "앞으로 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재판연기 신청을 엄격히 심사, 최대한 빨리 재판을 진행시킬 방침" 이라고 강조했다.

◇ 높아진 체감 형량〓총선사범에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다.

지난달말 수원지법과 대구지법은 PC통신.인터넷 등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각각 불구속.구속 기소된 선거사범 2명에게 징역 6월과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선관위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마산시 모 지구당 선거대책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이, 출마 예상자의 홍보기사를 실어주고 3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산의 모 잡지사 편집장에게는 징역 10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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