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언니가 웃었다, 동생은 땅 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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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대건설의 주공격수 케니(가운데)가 흥국생명 김혜진과 황연주의 더블 블로킹 사이로 강스파이크를 터뜨리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여자배구 신흥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은 현대건설이 접전 끝에 웃었다.

현대건설은 1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에서 흥국생명을 3-1로 물리쳤다. 1라운드에서 흥국생명에 일격을 당한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7승1패를 기록, 선두를 굳건히 했다. 현대건설은 케니(19점)와 한유미(14점)가 펄펄 날았고 센터 양효진(9점)이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양팀의 대결은 여러모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자매간의 맞대결. 언니인 한유미는 현대건설에서, 동생인 한송이는 흥국생명에서 레프트를 맡고 있다. 이날도 동생이 스파이크를 때리면 어김없이 언니가 블로킹을 떴고, 언니가 때리면 동생이 받아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은 언니 한유미가 한발 앞섰다. 한유미는 블로킹으로만 4점을 따내는 등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데 1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송이는 이날 7점을 올렸으나 공격성공률이 24.14%에 그치며 정확성에서 언니에게 한 발짝 밀렸다. 3세트에서 강스파이크로 세트포인트를 따내는 과정에서 동생 한송이를 맞힌 한유미는 “끝나고 동생이 한 소리 하겠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자매간의 대결도 불꽃 튀지만 감독 간의 대결도 흥미롭다.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 팀내 불화로 흥국생명에서 나왔다. 시즌을 앞두고 황 감독은 “흥국생명은 꼭 이기고 싶다. 우승팀을 잡아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경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맡던 어창선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올랐다. 주포 김연경의 일본 진출 공백으로 주춤하던 팀을 잘 추스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잘나가던 현대건설에 첫 패배를 안긴 팀도 흥국생명이었다. 3연패로 부진하던 흥국생명은 3연승하던 현대건설을 잡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설욕을 다짐했고 흥국생명은 천적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투지로 불타올랐다.

양팀은 각각 장점인 높이와 스피드를 앞세웠다. 현대건설은 최고 용병으로 평가받는 케니의 강스파이크를 앞세운 오픈공격에 주력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속공과 이동 공격으로 현대건설의 장신 벽을 피했다.

결국 승부처인 4세트에서 현대건설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23-21로 앞선 현대건설은 양효진의 속공과 케니의 강스파이크가 코트에 내리꽂히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를 확정 지은 황현주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1라운드 패배를 설욕해 기쁘다.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한 경기로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유미는 “흥국생명과의 1차전에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오늘은 부담이 컸다. 내 플레이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이겨서 기쁘다”며 웃었다.

오명철 기자

◆전적(17일)

▶남자부
대한항공(7승5패) 3-0 신협상무(1승11패)

▶여자부
현대건설(7승1패) 3-1 흥국생명(3승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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