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 유럽 프레스 포럼] 이부영 의장, 박근혜 대표 초청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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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 2004’행사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 당의 주요 정책현안을 밝히고 각국 언론인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상선 기자

중앙일보가 유민문화재단, 한국언론재단, 아시아.유럽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 2004'행사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참석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21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행사는 이 의장.박 대표 순으로 기조연설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한반도 주변 정세와 남북관계를 보는 시각'이 주제였다. 광복절 행사 이후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이 의장은 박 대표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 의장은 박 대표와 악수를 하며 사진기자들에게 "보기 좋습니까"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대북관계 등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은 크게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준비된 기조연설을 영어로 읽었다. 아시아.유럽지역 22개국에서 참석한 30여명 중견 언론인들의 질문에는 통역을 이용해 답변했다.

***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보안법은 대체 입법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간에 그 이후의 북.미관계가 첨예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한 뒤 "사태를 능동적으로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이 의장은 "대표적인 과거의 낡은 유물로 반드시 폐지하겠다"며 "형법을 보완하거나 대체 입법으로 안보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안법을 처리하고 나면 북한 인권문제와 노동당 규약 개정을 북측에 강력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을 탄압한 법을 남겨두고서 우리들이 북한에 인권 문제를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덧붙였다.

이 의장은 또 "최근 동남아에서 한꺼번에 400여명의 탈북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하면서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며 "대단히 기술적인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정부의 탈북자 처리 과정을 비판했다.

이 의장은 미국과 유럽의 정당을 예로 들며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위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당 체제는 미국과 가깝지만 정책면에서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정책을 많이 차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론 당원 등 정당 체제면에서도 유럽형으로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행사 후 로비에서 이 의장은 일부 외신기자의 질문에 영어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남북한 간 막후에서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이 의장은 "일반적인 남북 간 접촉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정욱 기자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통일보다 안보 우선 보안법 개정 협상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이 서로 충돌할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안보정책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돼야만 통일정책도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오늘날 지나치게 통일정책에 치우쳐 한.미동맹 흔들기와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 등 안보정책의 중요성이 경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일의 방향과 정체성 정립 ▶한반도 평화체제 공고화▶북핵 문제 해결을 대북정책 3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 남북 공동발전과 동북아 평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기자들은 통일문제와 한.미관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처리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 대표는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안보는 안보대로 지키고, 원칙을 갖고 꾸준한 교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안법 문제에 대해 그는 "북한과의 군사대치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폐지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박 대표는 "경제문제가 시급한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폐지'를 언급해 국론이 분열된 만큼 보안법의 이름과 정부 참칭 조항을 고치는 문제를 논의는 할 수 있다"면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이렇게 전향적 자세를 취한 만큼 정부 여당도 폐지하겠다는 태도를 바꿔 내일이라도 당장 개정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박 대표는 "정치인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사람들이라 개입하면 안되며 국민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한.미관계를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한.미 간 전통적인 유대관계는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관계가 조금 흔들리고 있다"며 현 정권의 대미정책을 우려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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