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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경주시 보문정수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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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주시가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생긴 일반폐기물인 슬러지(sludge)를 인근 하천에 22년간 방류해온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경주시는 1996년 1월 관련법 개정으로 슬러지 처리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뒤에도 계속 슬러지를 불법 방류해왔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슬러지가 농업용수 관로를 통해 모내기가 한창인 인근 농지 10㏊중 2㏊에 흘러들어 농민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문제가 된 신평동 보문정수장은 78년 준공된 뒤 85년 시설 1만5천t을 증설, 하루 3만5천t의 덕동댐 물을 정수처리해 황성.용강동 일대로 내보낸다.

이 정수장은 3개월에 한번 정수장을 청소할 때마다 침전조에 가라앉은 슬러지 8백여t을 2백여m 떨어진 신평천(너비 25m)에 방류해왔다.

이 때문에 덕동댐에서 4㎞가량 떨어진 보문호수의 상류 신평천에는 20~30㎝가량 슬러지가 쌓여 마치 서해안 갯벌을 연상할 만큼 질퍽거리는 데다 악취를 풍긴다.

또 신평천은 물고기 등 어류가 자취를 감췄고 보문호수는 퇴적물이 쌓여 당장 준설해야 할 형편이다.

슬러지는 응고.침전제인 PAC(폴리염화알루미늄)를 사용해 물 속의 유.무기물을 가라앉히는 과정에서 생긴 찌꺼기로 주로 흙 성분이 많고 가끔 구리 등 중금속이 발견된다.

96년 1월 수질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하루 1천t 이상 정수능력을 갖춘 정수장은 탈수.농축시켜 매립장에 묻도록 의무화돼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슬러지가 논에 유입되면 응고돼 벼가 잘 자라지 않는 등 농작물 피해는 물론 심각한 토양.하천 오염이 우려된다" 고 지적한다.

경주시는 그러나 상수도특별회계가 적자여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슬러지를 농축.응고처리하는 탈수.농축.회수조 등을 갖춘 처리시설(40억원 소요 예상)을 짓지 않았다.

경주의 탑동.불국.보문정수장 등 3개 정수장 중 보문정수장만 슬러지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경주시 상수도사업소 이종갑(李鍾甲)시설계장은 "보문정수장의 슬러지 처리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추경예산에서 설계용역비 6천만원을 확보했다" 며 "2002년까지는 완공할 계획" 이라고 해명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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