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문화동네 <2> 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해외 21개 영화제를 석권한 영화 ‘똥파리’의 한 장면.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성공은 독립영화의 위상을 순식간에 높였다. [영화사 진진 제공]

3년 만의 ‘1000만’ 대박영화 탄생과 독립영화의 약진-. 2009년 충무로의 결실은 야무졌다. 흥행과 실험, 두 가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급속도로 위축된 투자환경에도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에너지를 각인시켰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성가를 높였다.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두드러졌다. 비(정지훈)와 이병헌은 각각 ‘닌자 어쌔신’과 ‘지.아이.조’에서 주연과 묵직한 조연을 꿰차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8년 만에 단행된 극장요금 인상(9000원)도 화제거리였다.

◆3년 만의 ‘1000만 영화’=올해 한국영화계의 빅 뉴스는 ‘해운대’였다. 한국형 재난영화를 표방한 이 영화는 실감 나는 컴퓨터그래픽과 최루성 드라마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1130여 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완성도였다. 관객 1000만 영화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3년 만이다.

‘해운대’의 흥행은 기존 대작영화와 코드를 달리했다. ‘왕의 남자’’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 등 기존의 1000만 영화와 달리 별다른 사회적 이슈가 없었다. 순수오락물로도 1000만 동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두사부일체’(2001), ‘색즉시공’(2002)을 히트시켰던 윤제균 감독은 ‘낭만자객’(2003)의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윤 감독과 함께 감독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는 ‘국가대표’의 김용화다. 스키점프라는 비인기종목의 핸디캡을 특유의 감동과 웃음으로 정면 돌파한 ‘국가대표’로, 휴먼 코미디 전문 감독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졌다 ‘오! 브라더스’(2003), ‘미녀는 괴로워’(2006)에 이어 연타석 히트작을 냈다. ‘국가대표’는 박보영이라는 예기치 않은 스타 신인을 탄생시킨 코미디물 ‘과속스캔들’과 함께 관객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밖에 ‘7급공무원’‘마더’‘거북이 달린다’ 등도 300만 명을 넘기거나 근접했다. ‘대박’ ‘중박’이 고루 포진한 한 해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1.2%에 그쳤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11월말 현재 51.2%로 상승했다.

반면 제작비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해운대’‘국가대표’‘전우치’등 100억원대 대작 사이에서 상당수 영화들이 순제작비 10억∼15억원 선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극소수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려 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배우들은 흥행하면 수익을 나눠 받기로 하고 개런티를 반납하는 고통분담에 동참했다. 지난해 ‘고死-피의 중간고사’의 흥행이 불을 댕겼던 ‘저예산화’ 바람은 올해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10억’‘불신지옥’‘파주’‘집행자’ 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많지 않았다.

◆독립영화 전성시대=뜻밖의 성과였다. ‘워낭소리’‘똥파리’의 성공은 독립영화의 위상을 순식간에 올려놓았다. 두 작품은 ‘독립영화=정치색·실험성이 강한 재미없는 영화’라는 통념을 바꿔놨다. 매너리즘에 빠진 주류 상업영화에 싫증 난 관객들을 빨아들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컨대 소와 노부부의 뭉클한 우정을 그린 ‘워낭소리’는 295만 명을, 부자간 폭력의 대물림을 그대로 노출한 ‘똥파리’는 12만명을 불러들였다. 특히 ‘똥파리’는 로테르담·도빌 등 21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연출·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전세금을 털어 만든 데뷔작 한 편으로 ‘문제적 감독’의 출현을 당당히 알렸다. 아직도 충무로에는 ‘기회’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기선민 기자

▶[관련기사 보기] 2009 문화동네 <1> 문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