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플라스틱 견연수 부장 "산 오르면 비즈니스도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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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타는 것은 비즈니스와 흡사합니다. 정상에 오르는 데 왕도는 없습니다. 그저 일행들과 협력하며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는 거죠"

GE플라스틱코리아의 평범한 회사원인 자동차마케팅담당 견연수(41.사진) 부장은 5개 대륙 최고봉 등정을 노리는 산사나이다.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봉(5900m)는 지난 2002년, 유럽 대륙의 엘브루주봉(5640m)은 지난해에 정복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 4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봉(8858m)를 등반하고 돌아왔다. 이번 등반에선 정상 정복에 필요한 3개월 휴가를 내지 못해 한 달만에 정상의 80% 지점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직장 생활하며 최고봉 등정을 한다는 게 쉽지 않죠. 아프리카와 유럽의 산은 보름 정도의 휴가로 가능했는데, 에베레스트는 석 달이 걸린다니 회사도 쉽게 허락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당초 GE플라스틱코리아의 구자규 사장은 본사에 3개월 휴가를 계속 요청하는 등 견 부장을 적극 지원해줬다. 하지만 미국 본사에서 "업무공백도 공백이지만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반려했다고 한다.

견 부장의 등반 경력은 20여년에 이른다. 인하대 재학시절 산악부 활동으로 산과 만났다. 5대륙 최고봉 등반도 인하대 산악부 OB멤버들과 함께 했다. 등반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쌓기 위해 수시로 마라톤을 뛴다. 일본 북알프스와 미국 요세미티 등반 훈련도 마쳤다.

견 부장은 등반을 위해 휴가를 내기 한 달 전부터 거의 매일 10시까지 야근을 한다. 토.일요일도 매주 출근한다. 등반을 마친 뒤에도 두세달 그런 생활이 계속된다. 등반 때문에 비즈니스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견 부장은 산사나이답지 않게 "등반이 끝나면 매일 여자용 미백 화장품을 바른다"고 털어놓았다. 등반 때 입은 동상이나 태양광으로 인한 화상 때문에 시꺼멓게 변한 얼굴이 비지니스를 방해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견 부장은 등반 경험이 위기 돌파에 도움을 준 적이 의외로 많다고 소개했다.

"2년 전 국내에서 자동차 계기판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던 때였죠. 초기에 품질 문제를 놓고 고객업체와 의견이 달라 애를 먹었는데 우연히 설악산 등반을 갔다가 백담사 등산로에서 그 회사 공장장을 만나게 됐어요. 같이 산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등정 경험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공장장의 숙소에서 밤새도록 얘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우리쪽 해결방안을 그 회사에서 받아들여 품질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죠"

견 부장은 소중한 두 개의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해 보고 싶고, 또 하나는 회사에서도 맡은 분야의 정상에 오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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